이기택총재가 말하는 “일편단심”(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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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후계밀약설 터무니 없다”/정치생명 걸고 야권통합 추진/다음 총선 부산 지역구서 출마
민주당 창당때까지는 야권통합에 소극적이었던 이기택 민주당총재가 갑자기 야권조기통합을 부르짖어 주목을 끌고 있다.
정가 일각에선 김대중 평민당총재가 「후계자 2∼3명을 키우고 있으며 당외에도 있다」고 한 말이 이총재를 지목한 것이라고 추측하면서 이총재의 갑작스런 변신이 김­이 묵계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는가 하면 그와 정반대되는 말도 나도는등 추측이 낭자하다.
그러나 이총재는 『야권통합은 시대적 과제』라며 그런 소문들을 일축하고 9월 정기국회전 평민ㆍ민주당간 통합방침을 재차 밝혔다.
이총재는 다만 통합과정에서 평민당이 민주당을 흡수하려 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으며,김대중 평민당총재의 8월중 합장주장을 『양자간 합의된 바 없다』고 부인함으로써 통합절차ㆍ시기에선 아직 평민당과 이견이 있음을 드러냈다.
­얼마전까지 야권통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지 않은가.
『창당과정에 지장을 줄까봐 선창당 후통합을 주장했으나 야권통합ㆍ지역감정해소가 남북통일에 앞서 이룰 시대적 과제임을 늘 인식해왔다. 의원직 총사퇴라는 돌발사건이 계기가 돼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1일 보라매공원 집회에서 「3자 공동대표제」및 「9월초 무조건 통합선언」 발언을 연설원고에서 뺀 이유는.
『합당까지의 지도체제를 당내 논의도 없이 공식화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대표경선방식을 포함,지도체제문제는 15인 기구에서 더 협의해야 한다. 「무조건 통합」 부분은 대회직전 김정길의원의 충고로 「9월 정기국회전 통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로 고쳐 연설했다.』
­「경상도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혀도 야권통합을 이루겠다」고 한 의도는.
『나는 다음 총선에도 부산(해운대구)에서 출마한다. 통합의지를 강조한 게 다소 와전됐다. 정치인도 늙고 병들면 자기 고향밖에 더 있겠나.』
­김대중 평민당총재와의 18일 회담에서 통합의 대가로 부통령후보직을 보장받았다는등 몇가지 「밀약설」이 있는데.
『당시 김총재가 「내가 당신을 밀고 당신이 나를 밀어 통합을 꼭 이룹시다」고 간곡히 당부했으나 밀약은 터무니없는 낭설이다.』
­과거 이총재가 2선퇴진을 거론했던 김총재를 지금은 굳게 신뢰하는가.
『(잠시 주저하다가) 김총재는 정치지도자로서 지금이 마지막 「대작」을 만들 시기로 보는 것 같다. 18일 회담에서도 「나는 이번이 마지막이니 잘 해보자」고 했다.』
­이총재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나.
『정치인으로서 한 「고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통합에 있어서는 지난달 15일 창당대회때 밝힌 것처럼 정치생명을 내던질 각오로 임하겠다.』
­통합파트너로서의 김총재가 대권등에서 마음을 비웠다고 느꼈는가.
『그도 정치인으로서 때로는 살신성인할 각오를 할 수 있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평민당에 흡수될 수 있다고 보지 않는가.
『평민당이 우리 당을 먹고,여당과 막후 협상해서 국회도 먹으려 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지금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최근 김영삼 민자당대표최고위원을 유난스레 공격하는데….
『사퇴정국을 초래한 장본인이기 때문이지,다른 이유는 없다. 김대표에게 내가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사적인 비난을 하겠는가.』
­합당때까지의 지도체제로 이총재와 김대중총재,김관석목사의 3자 공동대표제를 20일 3자회담에서 합의한 것 아닌가.
『지도체제문제가 앞서는 것은 통합에 도움이 안된다. 공동대표제는 김대중총재만 주장했지,나나 김목사는 거론하지 않았다.』
­재야의 통추회의는 이총재와는 교분이 거의 없었고 김총재와 가까운 사이인데….
『재야도 제도권에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 나의 평소 지론이다. 재야가 완충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또 조정역을 맡은 재야가 구시대정치인 처럼 특정세력에 편승할 것으로 믿고 있지는 않다.』
­당내 원외위원장,특히 영남권의 반발에는 어떻게 대처하려 하는가.
『지도체제ㆍ당직 등에서 아직 어느 것도 결정된 바 없다. 당론수렴과정을 거치겠다. 당대표로서 통합의 당위성을 중심으로 설득하겠다. 통합이 당원들에게 정치적 손실을 가져다 준다면 당총재로서 당연히 막아야 하겠지만 이번 통합은 정치적 상승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아직까지는 지난 5월 양당이 합의한 당대당ㆍ집단지도체제ㆍ대표경선 등 통합 3원칙이 우리 당론인 만큼 추후 당론조정작업을 벌이겠다.』<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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