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국립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된 36세 한국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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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 하면 요구르트의 나라로만 알려져 있죠. 경제적으로 좀 어렵긴 하지만 음악적 자부심이 대단하고 음악을 무척 사랑하는 나라입니다. 한국과 불가리아의 음악 교류에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지휘자 이영칠(36.사진)씨가 최근 불가리아 제2의 도시 플로브디프에 하나 밖에 없는 플로브디프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외국인 상임 지휘자'로 선임됐다. 음악감독이 아닌 외국인에게 정기 연주회 40회 중 10회를 맡기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래서 직함도 '외국인 상임 지휘자'라는 생소한 타이틀까지 만들어 부여했다는 것이다. 1945년에 창단된 이 오케스트라의 단원은 120명. 소피아 필하모닉(1928년 창단)에 버금가는 연주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휘대에 오르면 무척 편해요. 호른을 연주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단원을 존경하라. 그렇지만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기 음악세계를 표현하라'는 게 무대에 설 때 제 마음가짐입니다."

이씨는 미국 뉴욕 매네스 음대에서 뉴욕필 호른 수석 필 마이어스를 사사하고 뉴욕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소피아 음악원에서 불가리아 최고의 지휘자인 바실 카라예프를 사사했다. 소피아 국립 필하모닉 등 동구권 오케스트라를 객원 지휘해왔고 12월에는 마케도니아 국립 교향악단을 한국인 최초로 지휘한다.

플로브디프 필하모닉과 최근 녹음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4번' '비니아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바이올린 김영준) 등의 음반도 출시될 예정이다.

글=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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