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캄프 "바둑의 착수 수치화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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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벌캄프(사진)는 미국 버클리대의 수학과 교수이고 유명한 게임 이론가다. 바둑 실력은 형편 없지만 그가 10여 년 전 게임이론으로 만든 끝내기 문제는 프로기사들마저 고개를 젓게 만들었다. 당시 계산력이 발군이던 이창호 9단도 벌캄프의 문제들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풀 수는 있지만 시간이 너무 걸린다" 며 그냥 자리를 떴다. 그 벌캄프가 이번엔 바둑의 착수를 수치화하는 정체불명(?)의 도구를 들고 한국에 온다. 일명 쿠폰 바둑.

22~23일 전주교대에서 열리는 4회 세계바둑학 학술대회엔 한국.영국.미국.일본.폴란드등 국내외 학자들의 논문 13개가 발표된다. 그중 주목되는 것은 미즈구치 후지오(水口藤雄)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위기전략'. 이에야스는 바둑을 통해 전략과 지혜를 배웠고 또한 바둑을 본격적인 직업으로 탈바꿈하게 만든 최초의 인물이다. 특히 일본 패권이 걸렸던 1600년의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포석.중반전술.종반 끝내기 등 바둑에 기본을 둔 전략을 충실히 구사해 승리했고 이 승리로 패권을 잡았다는 내용이다.

이광우.정수현 교수의 '바둑과 우뇌'도 재미있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바둑은 논리적 사고력.추리력과 같은 좌뇌의 기능이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우뇌적 요소가 승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

특히 한국인이 바둑을 잘 두는 것은 직관이나 감(感)등 우뇌 기능이 발달된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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