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소,나토잔류 허용 「통독 드라마」완성 단계로(뉴스파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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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망명사태로 쿠바­스페인 외교분쟁/미,캄정부 인정 베트남에 미소작전
지난해 11월 베를린장벽이 붕괴됨으로써 본격 시작된 독일통일의 거대한 드라마는 이제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대세가 되고 있다.
지난 1일을 기해 동ㆍ서독간 경제통합으로 통독을 위한 내적기반 마련에 성공한 콜서독총리는 독일통일에 있어 최대의 장애물인 소련을 회유하기 위해 14일 모스크바를 전격 방문했다.
고르바초프의 고향인 북부 카프카스지방의 스타브로폴에서 열린 소­서독정상회담에서 콜총리는 고르바초프대통령으로부터 통일독일의 군사적 지위,즉 통독의 나토잔류 용인을 받아들이는 「외교적 승리」를 이룸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다.
회담을 마친후 고르바초프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독일은 통일의 길로 갈 것이며 독일인 스스로가 그 길을 결정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소련의 이같은 「양보」는 독소공동성명 8개항으로 구체화되었다. 고르바초프의 이같은 태도 변화는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있은 고르바초프ㆍ미테랑 프랑스대통령회담때 「독일통일에 대한 반대」입장에서 1백80도 전환한 것으로 고르바초프 특유의 외교적 신사고,그리고 지난 13일 폐막된 제28차 소련공산당대회에서 이룬 개인적 승리에서 나온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같은 양보의 이면에는 콜총리의 최근 대소지원공세,특히 그가 들고간 돈보따리가 큰 역할을 했으리라는 추측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서유럽 최강의 경제대국 서독의 기술 및 자본지원은 파탄직전의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소련으로선 거의 필수적이다.
서독은 이미 31억달러 규모의 정부지불보증 차관을 소련에 약속했으며 지난번 미휴스턴에서 열렸던 서방7개국 정상회담에서 1백50억∼2백억달러규모 대소경제지원을 주장,원칙적인 합의를 도출해 내는등 소련을 적극 도와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독은 이같은 여세를 몰아 18일 파리에서 열린 2+4+1 외무장관회담에서 독일과의 국경문제에 신경을 세우고 있는 폴란드에 현재의 오데르­나이세선을 유지,구독일영토의 회복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확약함으로써 통독에 따른 거의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버렸다.
앞으로 남은 절차는 동ㆍ서독간 제2국가조약 체결,그리고 오는 11월 파리에서 열리는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에서 독입통일의 공식승인과정만이 남았으며 12월 통일선언은 시간문제로 남게됐다.
눈을 중남미쪽으로 돌리면 카리브해의 정통사회주의국가 쿠바에서도 알바니아와 같은 주민 집단망명 사태가 일어 나기 시작했다.
쿠바수도 아바나주재 체코ㆍ스페인대사관으로서의 불법진입ㆍ망명요구로 비롯된 이번 사태는 쿠바ㆍ체코간 외교문제,그리고 자국공관 불법진입ㆍ망명 요구자에 대한 총기발사사건으로 대사가 본국소환되는 등 쿠바ㆍ스페인간에 심각한 외교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태는 소련 및 동유럽식 개혁ㆍ개방요구를 막고 정통사회주의 고수를 외치고 있는 카스트로정권으로선 장래에 다가올 불길한 사태의 전주곡과 같은 느낌을 주는 사건으로 앞으로 그 추이가 주목된다.
16일 오후 필리핀 루손섬을 강타한 리히터 진도 7ㆍ7의 강진은 가뜩이나 국내 정정불안ㆍ경제침체등으로 시달리고 있는 아키노정권으로선 엎친데 덮친 격의 큰 불행이었다.
이번 지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은 수도 마닐라와 바기오 중간지점인 누에바 에시자주 지역으로 학교등 공공건물이 붕괴되는 바람에 한꺼번에 수십명이 압사하는 참극을 빚었다.
이번 지진에서 사망한 사람은 20일 현재 8백명이 확인됐으며 추정분까지 합하면 1천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지난 8년동안 계속돼온 캄보디아내전이 최근들어 반정부세력,특히 공산크메르루주측에 유리하게 진행돼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지금까지의 반정부세력지원 입장을 탈피,캄보디아 정부인정 및 베트남과의 대화용의를 밝힘으로써 충격을 던졌다.
미국의 이같은 급작스런 방향 전환은 우선 최근 미소화해에 따른 탈냉전 분위기를 동남아에까지 확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최근의 캄보디아 전황,즉 크메르루주가 적극 공세로 나와 북부국경 주요도시들을 장악함으로써 반정부세력 중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선 지금까지 반소ㆍ반베트남 입장에서 반정부연합세력을 지원해오긴 했으나 크메르루주가 정권을 장악하는 사태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미국으로선 크메르루주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헹 삼린정부와 베트남에 접근함으로써 캄보디아문제에 대해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는 한편 그동안 정치ㆍ경제적 고립정책으로 일관해온 대베트남정책도 차제에 대폭 전환,베트남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키려는 양면적 포석으로 봐야할 것같다.
베트남은 베트남대로 현재 추진중인 개혁ㆍ개방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서방측의 기술 및 자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개선은 극히 바람직한 일이다.
75년 베트남전 패전이래 15년동안 베트남과 일체의 공식접촉을 피해온 미국으로선 주목할만한 외교정책 전환이며 이를 계기로 미국의 대동남아정책은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정우량 외신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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