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한 핵개발에 반응 민감/미국 의회ㆍ군부등의 「대응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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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제기구 통한 해결이 최상책/최악경우엔 「예방폭격」견해도
미국의 정계와 군부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무기개발에 대해 예방폭격등 극단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중앙일보 외신부 진창욱차장이 미공보처(USIA)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국무부ㆍ국방부ㆍ의회ㆍ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및 군기지를 순회취재,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미국인들의 견해를 정리한 것이다.<편집자주>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능성과 관련,미의회 및 군부 일부에서는 「만일의 경우 북한 핵시설에 대한 폭격등 사전예방조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같은 의회 및 군부 일부의 「최악의 경우」를 전제한 「가능한 예방조치」는 미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통한 해결이라는 신중한 태도와는 달리 과격한 견해를 보이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무부 한국과 관리들은 북한의 핵무장이 「수년내」 가능할 것으로 시인하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가능성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해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무부의 이같은 견해는 소련 역시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국제적 반북한핵개발분위기」를 낙관하고 있는데서 나오고 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의(NSC)의 한국문제 책임자인 더글러스 팔아시아담당과장은 『핵무기개발은 이제 별로 어려운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나라든 핵무기 개발은 가능하다』고 전제하고 『북한핵문제는 국제원자력기구 및 기타 외교경로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상원군사위소속 티모디 워드의원(민ㆍ콜로라도주)의 정책입안보좌관 제프 시브라이트씨는 『북한이 국제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경우 이를 막기 위해 예방폭격등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말하고 『만일 이같은 군사적 행동이 필요할 경우 행동 당사자가 미국이 될 것인지,한국군이 될 것인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워드상원의원의 한국문제,특히 군사문제 정책입안에 결정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시브라이트보좌관은 이같은 극단적인 행동은 『최악의 경우 생각할 수 있는 여러가지 시나리오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81년 이스라엘이 이라크 바그다드 근교 오시라크핵시설을 공습했던 것을 예로 들면서 『북한이 끝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이스라엘의 대 이라크 공습이 전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브라이트보좌관의 이같은 견해에 대해 미미주리대 센트루이스 캠퍼스의 제임스 데이비스교수(정치학)는 『책상물림의 유치한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하와이주 호놀룰루에 있는 미태평양사령부(CINPAC)소속 고위장교들은 『현재의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기개발 가능성에 대한 예견과 예상조치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시브라이트씨의 견해와 같은 대북한핵시설 폭격도 충분히 고려될 수 있는 문제라고 시인,미 정계 및 군부 일부에서 북한핵문제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반영했다.
이 CINPAC고위장교는 『핵시설에 대한 폭격 여부는 순전히 정치적 문제』라고 말하고 그러나 군사적 입장에서 볼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미워싱턴주 시애틀 소재 워싱턴대학의 도널드 헬만교수(정치학)는 미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의 견해는 물론 CINPAC 현역장교들의 상반된 견해를 「북한의 국제적 고립」이라는 바탕에서 종합했다.
헬만교수는 『북한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중의 하나』라고 말하고 고립된 국가들이 통상 취해온 행동은 핵무장이었다고 북한의 핵개발 가능성을 설명했다.
헬만교수는 전례로 보아 주변국가에서 소외됐던 국가들,예를 들어 남아공ㆍ이스라엘ㆍ중국등이 핵개발을 서두르거나 핵무기 보유에 진력한 것은 고립감에서 자구책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헬만교수는 또 북한이 핵을 개발한다면 그것은 기술적 어려움도 없지만 이같은 다른 나라의 전례에서 보듯 자구책 모색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예방폭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북한측의 태도에 달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헬만교수는 북한이 IAEA 규정에 따르는 것이 최상이라는 견해를 강조했다.
비록 극단적인 북한핵시설에 대한 사전예방 공격 가능성은 아직 미국내 극히 일부 소수 의견에 불과하지만 이같은 발상이 공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미국이 북한핵개발에 어느 정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를 증명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미하원의 스티븐 솔라즈의원(뉴욕주)이 『이제 미국은 북한과 대표부 교환등을 구체화할 논의시기가 됐다』는 발언과 같이 미정계의 평화추구 분위기와 달리 미정계ㆍ군부일각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이같은 극단적인 견해가 있다는 사실은 주목된다.<진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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