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 합의한 평민­민주­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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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발 빨라진 「거야 만들기」/「김총재 거취」 문제 일단은 언급안해/강한 결의 살릴 과감한 추진 따라야
평민당은 김대중총재,민주당의 이기택총재,재야 통추회의 김관석상임대표는 20일 야권통합의 대원칙을 결의,강력한 통합야당의 출현을 예고했다.
이들 3자는 1시간20여분에 걸친 회담후 ▲조기총선및 지자제 동시선거와 26개 날치기통과 악법 철회 ▲최단시일내의 통합 ▲이를위한 15인 통합추진위 구성 등에 합의함으로써 야권통합에 한발짝 가까이 섰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18일 김대중­이기택회담의 합의사항을 3자가 합의한 수준이며 이들의 강력한 결의표명에도 불구,앞으로의 통합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김대중총재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ㆍ거부감이 자리하고 있는 민주당측의 당내 이견조정에 상당한 난관이 불가피,통합작업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않다.
심지어는 3자간에 거론치 않기로 양해된 김총재 2선 퇴진문제를 은근히 다시 흘림으로써 통합이 중도파산할지 모른다는 극단적 비관론이 완전불식된 것은 아니다.
이날의 3자는 19일의 실무대표회의에서 민주당측의 반대로 거부됐던 「최단시일내에」라는 부분을 삽입키로 했지만 아직 「통합한다」가아닌 「통합을 추진한다」는 선에 머물렀다.
아직 통합선언을 하기에는 시기상조이며 통합결의 표명정도로 만족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측의 생각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총재나 실무대표인 김정길의원등은 그동안 통합논의의 가장 큰 걸림돌이 돼온 김총재의 2선 후퇴문제를 거론치 않을 것이며 민주당의 기본원칙이었던 대표의 경선문제도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통합에 보다 적극적이다.
이총재는 나아가 가을쯤에는 통합이 이뤄질 수 있으며 내부의 복잡한 사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8월중에라도 못할 게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김정길의원은 이러한 국민적 약속에서 어느 누가 발을 뺄 수 있겠느냐고 통합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문제는 사퇴정국이 통합정국으로 변질돼 야권의 투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이밖에 재야통추회의의 대표성 시비와 잡다한 이들 구성분자들의 내부의견 조정,국민연합과의 관계설정 등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큰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3자는 일부의 부정적 시각을 해소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추구하는 바가 「범민주세력의 통합 수권정당」 창출에 있음을 확실히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지도체제ㆍ지분문제 등. 합당방식도 양당ㆍ재야가 동일지분을 갖는 공동대표제,민자당식으로 총재ㆍ대표최고위원ㆍ최고위원하는 방법,집단지도체제 등 여러가지가 있다. 그러나 통합방식에 대해서는 평민ㆍ민주 양당이 합당을 하고 재야를 영입한다는 방식에 대해 별이의가 없다.
이는 정당법상의 절차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정치적으로는 3자통합이지만 법적으로는 2자통합의 형식이다.
지도체제문제와 관련,3자간에는 집단지도체제로 하는 데 대해 별이의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평민 2ㆍ민주 2ㆍ재야 1의 비율로 최고지도부를 구성하자는 것으로 더 관심을 끄는 것은 누가 「대표」가 되느냐는 것.
현재 분위기로는 김대중총재 추대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보고 묵시적으로는 대체적인 양해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총재의 경선포기 시사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총재가 전면에 나서면 영남지역에서의 표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도 원체 강력하고 민주계나 다른 반발도 적지않아 제3자 옹립론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분부분에 대해서는 평민 4ㆍ민주 4ㆍ재야 2의 비율로 한다는등이 얘기되고 있으나 자칫 통합과정에 분란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아직 공개적으로는 표출되지 않고 있다.
아무튼 통합에 적극적인 평민당은 이날 발표문이 「범민주세력 통합 수권정당추진 결의문」에서 「추진에 관한 성명서」로 격하되는등의 상황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김총재 주도하에 통합이 이뤄지면 손해볼 게 없다는 판단아래 민주ㆍ재야를 조심스럽게 설득,이끌고 있어 「사퇴정국」이 엉뚱하게 「통합정국」으로 나아가는 데 대한 민주당이나 재야의 반발이 진정되면 통합국면은 가속될 수도 있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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