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권 오일쇼크 위기/소 공급감축ㆍ결제방법 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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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내년부터 루블대신 경화요구/코메콘국들 외화부담 심각… 서방의존 불가피
소련의 원유공급량 감축과 대금결제방법 변경으로 소련에 도입원유의 절대량을 의존하고 있는 동구여러나라에 오일쇼크의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소련정부는 동구의 코메콘(공산권상호경제원조회의) 회원국들에 대한 원유공급량을 매년 7백만t씩 감축하고,대금결제방법도 현재의 루블화기준에서 경화기준으로 바꿔 내년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원유도입량의 85%를 소련에 의존하고 있는 동구권 여러나라의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자체유전이 있는 루마니아를 제외한 동구국가들은 매년 약 7천만t의 원유를 소련으로부터 공급받아 국내석유 수요의 거의 대부분을 충당해왔다.
○86∼98% 대소의존
연간 약 1천7백만t을 소련에서 수입하는 체코슬로바키아의 경우 국내수요의 98%를 소련에 의존하고 있고,동독과 폴란드는 93%,헝가리는 89%,불가리아는 86%를 각각 소련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코메콘 경제권내에서 이들 국가와 소련간의 원유거래는 소련의 루블화를 기준으로 한 일종의 바터거래형태를 유지해왔다.
다시 말해 이들 국가가 소련에 물건을 수출하고 받을 대금을 루블화로 따져 원유값과 상계하는 방식을 취해왔기 때문에 사실상 원유에 관한한 이들 국가들은 그동안 별 걱정없이 지내올 수 있었다.
그러나 코메콘의 기능이 최근의 동구변혁과 함께 유명무실화되고 심각한 외화부족을 겪고 있는 소련이 점차 서방원유시장에 눈을 돌리게 되면서 이들 동구국가들은 더이상 과거와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중동원유 도입추진
동구국가들은 올들어 이미 소련산 원유공급량 축소에 따른 경제적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소련은 금년의 경우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원유공급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올들어 실제 공급량은 작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작년에 비해 약 30%정도 원유공급량이 줄어든 헝가리의 경우 올 1ㆍ4분기중 21만t의 원유를 국제시세인 t당 1백60달러를 주고 이라크로부터 긴급 도입했다.
같은 상태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경우 올하반기중 약 5천만∼6천만달러어치의 추가도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헝가리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불가리아도 올들어 26만5천t의 이란산원유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체코 역시 중동산 원유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서방전문가들은 소련이 원유에 대한 대금결제방법을 경화기준으로 변경할 경우 연간 약 1백20억달러정도의 외화획득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체코ㆍ폴란드ㆍ헝가리 등 소련산 원유주요수입국들은 매년 20억달러씩의 외화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현재 가뜩이나 심각한 외화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 동구국가들의 국제수지는 이로 인해 앞으로 더욱 심각한 불균형에 빠지게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이들 국가들은 원유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소련에 일부 제품을 수출할 수 있었으나 결제방식이 변경되면 이마저 막히게 돼 더욱더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하게 될 것 같다.
결국 이같은 소련의 대동구권 경제교류방식 변경은 가뜩이나 이완되고 있는 코메콘체제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 분명해 동구권국가들의 대서방경제의존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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