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장 김인식 '편안했다'-패장 김재박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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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장 김인식 한화 감독

가장 중요한 경기를 가장 편안하게 했다. 작년과 비교하면 노장들이 잘해줬다. 송진우. 정민철. 그리고 첫날 부진했지만 이틀 연속 불펜서 충분히 해준 문동환 등이다. 나이 많은 선수들이 기대했건 것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잘 해준 선수도 있다. 사실 지난해 김태균이 전혀 못했는데 이번에 결정적인 활약이 있었다. 또 고동진….

오늘은 고동진-클리어로 시작된 타순이 잘 맞아 들어갔다. 시즌 때는 한번도 써보지 않았는데 클리어가 캘러웨이에 9타수 4안타로 강해서 2번으로 썼다. 글쎄. 우리 선수들이 홈구장에서 잘하는 면도 있다.

사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매일 이겨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기 때문에 (한국시리즈서 만날) 삼성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이제부터 생각을 해야겠다. 정규시즌 때는 삼성에 많이 밀린 것이 사실이다. 특히 5회 이전에 리드를 빼앗기면 권오준-오승환 카드를 내니까. 권오준-오승환 카드는 8개 구단 제일 세다.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생각도 못했다. 날짜상 정민철이 가능한데. 류현진도 된다. 특히 류현진은 등판일자를 상의해 봐야 한다.
사실 우리가 작년에 준플레이오프에서 SK를 이기고 플레이오프에서 3-0으로 두산에 졌지 않는가. 시즌 뒤 코치들에게 올해 3위를 했으니. 내년에는 2위는 해야 되지 않겠냐고 했다. WBC 환영식 때도 내 목표를 한국시리즈 진출이라고 밝혔다. 이제부터 부담. 아니 이제부터 시작이다. 오랜만에 기회가 주어졌으니 최선을 다하겠다.

(자리에 앉자마자 종이컵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안 먹고 갔어?”라고 한마디. 전에 자리한 패장의 안타까운 심정을 헤아렸던 것일까. 하긴. 지난해 그는 플레이오프에서 패퇴했을 때 패장 인터뷰를 하지 않았던가.

승자에게는 질문이 많다. 또 대답해 줄 말도 많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승인을 운이 좋았다고 촌평했던 그도 이날 만큼은 타순이 잘 맞아 들어갔다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미 목표를 달성한 감독의 여유였다. 막판에 “이제부터 부담없이 싸우겠다”고 말하려다 순간적으로 삼켰다. 자신부터 만족감에 취하지는 않겠다는 의도였다.)

패장 김재박 현대 감독

3차전이 아쉽다. 송지만과 서튼의 부상으로 공격력이 떨어졌다. 오늘도 송지만이 부상을 무릎쓰고 나가긴 했지만 결국 완봉패했다. 또 상대의 홈런포를 매일 한 방씩 맞은 것도 패인이다.

올해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 올해 2위를 차지한 것이 예전에 1·2위를 했던 것보다 내가 만족스러웠다. 한국시리즈에는 갈 것으로 생각했다. 사실. 플레이오프에서 졌지만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따라줬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중심타선 부족이 숙제다. 용병 영입 등을 생각해 장타력이 있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 (올해로 현대와의 3년 계약이 만료되는데) 진로 문제는 집에 가서 잘 생각해 봐야겠다.

(반듯하게 모자를 쓰고 자리에 앉았다. 실망이나 아쉬움이 없을 리 없지만 모두 덕아웃에서 삼키고 왔을 터. 승장 인터뷰 때와 비교하면 웃음기는 없었지만 표정은 더 다부졌다.

그러나 여우도 감정이 있다. 플레이오프 상황을 복기할 때. 그리고 진로 문제를 얘기할 때 말이 느렸다. 신중했다. 대신 꼴찌 후보에서 페넌트레이스 2위까지 오른 올해를 리뷰할 때는 말이 빠르고 목소리에 힘이 배어 있었다. 인터뷰장을 떠나는 패장의 뒷모습은 생각보다 씩씩했다)

대전=김식 기자 [seek@je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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