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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향한 평화의 발판(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독 소 정상회담이 갖는 시대적 의미
지금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대륙에는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평화공존의 토대가 구체화되고 있다. 두차례에 걸쳐 세계를 대전의 참극속에 빠뜨렸던 진원지인 이 지역의 이와같은 움직임은 앞으로 유럽뿐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를 포함한 전세계 분쟁 잠재지역에도 평화의 바람을 불어올 것을 기대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콜 서독총리와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그런 맥락에서 볼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 회담에서 양측은 독일의 군사적 위상문제에 의견이 접근됐다고 발표,유럽의 새로운 평화질서 정착은 고무적인 분위기를 맞게 됐다.
통일후의 독일이 계속 서방측의 정치ㆍ군사동맹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남아 있을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이 회담의 결과에 따라 독일의 통일일정이 확정되고 아울러 새로운 유럽평화질서의 틀이 잡히도록 돼 있다.
독일의 통일은 기정사실화돼 있지만 중부유럽에서 차지하고 있는 이 나라의 지정학적 위치,주변국가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등으로 동맹국인 서구국가나 소련은 사전에 자기네 국가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선행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한 사전보장조치로서 지금까지 서방측은 독일이 통일이후에도 계속 NATO에 잔류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굳히고 있으며 소련은 독일이 중립화되거나 NATOㆍ바르샤바조약기구 두 블록에 함께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
독일의 통일은 유럽 모든 나라에 불안감을 주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를 제거,소련과 서구 양측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선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독은 그러한 조건 조성을 위해 독일의 NATO 잔류를 소련측에 설득하려고 서유럽국가들과 함께 NATO를 군사기구에서 정치기구로 전환할 것을 전제로 전진방어등 방위전략을 개편하고 전술핵의 완전철거및 신형 핵무기의 교체등을 포기하는 정책을 세워놓고 있다.
아울러 소련의 개혁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도록 서방국가들이 공동으로 경제원조를 해야 한다고 주도적인 노력을 벌이는 한편 독자적으로 30억달러의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있다.
소련으로서도 평화만 보장된다면 통일독일의 NATO 잔류까지 인정하고 국내 개혁과 지지부진한 경제활성화에 전념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호의적이다.
더욱이 최근 끝난 소련 공산당대회를 계기로 고르바초프대통령은 일단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정치적으로 안정된 체제를 구축,외교적 협상에 자신있게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에 이번 콜 서독총리와의 회담에서 독일의 군사적 위상에 접근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교섭과정을 거친 독일통일의 완성은 유럽에서 냉전시대의 완전한 종결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또한 나머지 냉전시대의 잔재인 한반도의 교착상태 타개를 촉진할 수 있다는 데서 우리의 기대를 모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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