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상장지수펀드) 요 예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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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TF(상장지수펀드)가 첫 선을 보인지 4년만에 설정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17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2002년 10월16일 도입된 ETF의 설정규모는 이달 16일 현재 1조159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말(8044억원)에 비해 44%나 증가한 수치다. 최근 ETF가 왠만한 핵심 우량주들보다 양호한 성적을 거두면서 투자가 늘고 있다는 게 거래소의 설명이다.

ETF는 수익률이 KOSPI200 지수 등 특정 지수를 따라가도록 만든 인덱스 펀드의 일종. 해당 지수가 5% 오르면 ETF도 5%의 수익을 내는 구조다. 그러나 펀드와 달리 증시에 상장돼 있어 개별 종목처럼 자유롭고 사고팔 수 있다.

최근들어 ETF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웬만한 주식형 펀드를 뛰어넘는 수익률 때문이다.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규모 100억원 이상 160개 주식형 펀드 가운데 올들어 코스피 지수보다 좋은 수익을 낸 펀드는 19%(31개)에 불과했다. 증시가 그간 많이 오른 덕에 주가 상승 여력이 큰 '저평가주(株)' 품귀현상이 나타난 결과다.

거래소 옥진호 상품개발팀장은 "미국에서 1995년부터 10년간 운용된 1400여개의 주식형펀드 가운데 2~3%만이 S&P500 지수 수익률을 초과했다"며 "펀드 수익률이 코스피 지수를 쫓아가기도 벅찬 상황에서 시장만큼만 수익을 내주길 바라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국내 ETF는 KOSPI200지수를 따라가는 KODEX200과 KODEX반도체 등 12개 종류가 상장돼 있다. 거래소 시장의 대표적인 종목들을 편입해놓았기 때문에 1주만 사도 삼성전자.현대차 등에 분산투자하는 효과가 있다.

ETF 수익률은 기대 이상이다. 삼성투신운용에 따르면 KOSPI200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KODEX200'의 4년 수익률(설정 이후)은 154.1%로 삼성전자(130.6%).포스코(126.9%) 등 국내 우량주의 수익률을 앞질렀다. 값싼 수수료도 장점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수료는 보통 매년 2% 정도. 그러나 환매수수료.거래세 등을 물지 않는 ETF는 투자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0.52%에 불과하다. 특히 올해 6월부터는 'KODEX반도체' 등 특정 업종에 투자하는 섹터 ETF도 상장됐다.

제로인 우현섭 펀드애널리스트는 "ETF는 시장 대비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그러나 증시가 하락하면 수익을 까먹는다는 점은 다른 펀드와 같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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