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당 대표 청와대 연쇄회동] 완전 선거공영제 도입만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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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4당대표 연쇄회동에서는 정치자금과 선거제도 등 정치개혁 방안에 대해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했다. 특히 한나라당 최병렬, 민주당 박상천 대표 등 원내 제1, 2당 대표들과 이 문제에 대해 집중 논의한 끝에 제도개선에 원칙적 합의를 봤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정치자금 문제와 관련, 崔대표는 "최근의 선거행태는 지극히 이중적이었다"고 운을 뗀 뒤 "盧대통령 재임 중에 정치혁명을 해보자"고 전격 제안했다. SK 비자금에 대한 검찰수사의 편파성을 집중 성토한 뒤에 나온 주장이었다. 그만큼 계산된 발언이었다는 뜻도 된다.

崔대표는 이어 "핵심은 부정부패 척결이고 가장 문제는 바로 선거자금"이라며 "이참에 완전한 선거공영제도를 도입하고 개혁법안도 시민단체까지 참여시켜 혁신적으로 바꿔보자"고 역설했다.

그러자 盧대통령도 "대환영이고, 이런 기회를 그냥 넘길 수 없다는 게 민심"이라며 "백 마디 말보다 두 가지, 즉 철저한 수사와 제도개혁이 필요한 때"라고 맞장구쳤다. 盧대통령은 '입법이 통과됐을 경우 필요한 예산 등을 미리 준비해 달라'는 崔대표의 요청에 "입법 전에는 어렵지만 그래도 해보겠다. 추경으로도 가능할 것"이라며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盧대통령은 박상천 대표와의 오전 회동에서도 "차제에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 제도적 개선을 하자"며 "투명성도 좋지만 합법적으로 자금을 충당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기부 액수는 줄이되 총액 한도는 늘리고, 그 대신 사용처를 명확히 하도록 한 뒤 불법행위는 엄단하자"는 나름의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盧대통령은 또 ▶국회의원 선거 외에 당내 당직.후보경선이나 지방자치선거 등의 후보자에게도 합법적인 자금모금의 틀을 터줘야 하고▶용처는 정확히 공개하도록 하되 연구.기획 등 정책개발비가 늘어날 수 있도록 유도하고▶1인당 기부 한도를 1천만원가량으로 낮추면 기부자 공개 논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등의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정치권이 대선자금과 관련해 정략적 공방만 벌이기보다는 이런 방향으로 제도를 개혁하는 데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朴대표도 "이달 말까지 각 당이 정치개혁 방안을 만들어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제출하고 다음달 말까지 최종안을 확정짓기로 한나라당.자민련 대표들과 이미 합의했다"고 화답했다.

盧대통령은 전날 자민련 김종필 총재, 열린우리당 김원기 창당주비위원장과의 회동에서도 "SK 비자금 파문이 정치제도 개선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盧대통령이 비자금 파문을 발판삼아 그동안 준비해뒀던 나름의 복안을 관철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朴대표는 또 "완전 선거공영제에 대해선 이미 정치권 합의가 이뤄졌고, 중대선거구제는 이견이 있으나 민주당은 이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반 의석인 한나라당이 소선거구제를 고집하는 가운데 다른 3당이 모두 중대선거구제 선호 입장을 밝힌 셈이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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