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에 때아닌 "달팽이 소동"|태안군 일대 농작물 피해 막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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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달팽이 소동으로 서해안 농촌 치역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계속된 장마로 충남 태안군 등 해안지방에 예년에 없던 달팽이 떼가 출현, 시설 채소와 화훼 단지·생강·고추·콩밭 작물은 물론 감초까지 마구 갉아먹어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달팽이 피해가 심한 지역은 화훼 단지로 유명한 태안군 남면 신양·진산리 일대 52가구 4만여평.
태안군 원북·근흥면 지역도 마찬가지.
이들 지역 주민들은 피해를 줄이려고 이슬이 마르기 전인 아침과 저녁에 달팽이 잡기에 온힘을 쏟고 있다.
습기가 많은 곳에서 사는 달팽이는 까만색에 길이 1∼2cm크기의 집 없는 민달팽이와 직경 1cm 내외·길이 2∼3cm 정도 크기의 노르스름한 집을 가진 달팽이 등 두 종류.
이 달팽이 떼들은 아침·저녁·밤에 식물의 잎·줄기·열매 등을 닥치는 대로 갉아먹어 생산량 감소는 물론 상품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어 재배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달팽이가 갉아먹은 식물의 잎은 군데군데 구멍이 나 나중엔 갈잎처럼 말라들고 있으며 생강의 경우 요즘 돋아나는 순을 갈라먹어 피해가 극심하다.
농민들은 몇 차례 농약을 살포해도 달팽이가 타액으로 농약을 빨아낸 뒤 잎 등을 갉아먹는 바람에 좀처럼 구제가 되지 않아 더욱 곤경에 빠져있다.
이같이 달팽이 떼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중순께 장마가 계속되면서부터. 농민들은 달팽이로 인한 피해 면적을 태안군 내 화훼 단지 39ha의 20%인 8ha와 생강 밭 20여ha중 6h가 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면 진산리 몽산 화훼 작목반 회원인 김동련씨 (53)는 지난해 10월 파종한 1천여평의 비닐하우스에 재배 중이던 안개꽃·고대티아·스타치스·달리아·글라디올러스의 화훼 중 출하기인 요금 달팽이 피해로 고대티아·스타치스 등 4백여 평은 아예 출하도 못해보고 밭을 갈아엎어 5백여만원의 손해를 보았다.
또 신장리 화훼 단지 내 박모씨 (36)는 『예년에 없던 달팽이 떼가 갑자기 번지면서 1천여 평의 비닐하우스 속에서 재배중인 화훼 포를 모조리 갉아 먹고 있다』며 『출하를 앞둔 여름 국화 등이 모두 상품 가치를 잃었다』고 말했다.
짚을 땅바닥에 깔고 재배하는 생강 밭도 달팽이가 새순을 갉아먹어 피해가 늘고 있는데 함정국씨 (53·남면 신양리 148)의 경우 1천1백평의 생강 밭농사를 거의 망치게됐다며 고독성 담배나 방약을 세번째 살포하고 있다며 이번엔 달팽이 떼가 모두 구제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태안군 농촌지도소 관계자는 『달팽이 번식은 일찍 찾아온 장마 때문일 것』이라며 달팽이가 활동을 시작하는 오후 늦게 2∼3차례씩 남해 톡스 약제를 살포하고 3∼4일간 물 주기를 하지 말도록 당부하고 있다.
충남도 농촌진흥원도 『기후 조건에 따라 예상외의 병충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별도의 달팽이 구제약은 없으나 진딧물 약이나 이화명충 등 살충제 농약을 사용할 경우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안=박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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