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종주 최단기록 함봉주씨|8백㎞산줄기 41일만에 홀로 누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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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잠에서 깨어나면 걷고 또 걸었습니다. 날이 저물고 눈이 저절로 감길 때까지 걸음을 재촉했지요.』
지난 5월1일부터 6월10일까지 부산 금정산을 출발, 진부령까지 장장 8백㎞의 태백산맥 등줄기를 41일만에 단독주파, 최단종주기록을 세운 포항 거봉산악회 함봉주씨(24·포철 냉연부)는 당시의 기억을 이렇게 되새겼다.
지금까지 태백산 주능선 단독종주에 성공한 사람은 몇 사람되지만 함씨의 산행은 등산베테랑들도 평균 50일 이상 걸리는 코스를 10일씩이나 앞당겨 주파했다는 점이다.
텐트와 식량, 침낭 등 줄잡아 40㎞이 넘는 등산장비를 지고 5∼6일에 한번씩 보급품을 받으면서 계속된 함씨의 산행은 하루평균 13시간씩 20㎞이상을 걸으면서 단 하루를 빼고는 강행군한 장거였다.
『다시는 등산을 않겠다고 몇 번이고 맹세했었어요.』
기진맥진한 채 목적지 진부령에 도착했을 때 함씨는 진드기와 쇠파리에 쏘이고 물린「상처 투성」이었다는 것.
부산 금정산을 출발, 신불산·운주산·두타산·청옥산·대관령·대청봉·진부령으로 이어지는 그의 등반은 첫날부터 시련과 좌절의 고비를 겪었다.
후둑후둑 떨어지던 소나기가 굵어지더니 뇌성번개가 치고 비바람마저 몰아쳐 몇 번씩이나 낭떠러지에 굴러 떨어졌다.
함씨의 종주등반은 포철의 창사22주년과 포철공고개교20주년 기념으로 포철공고 동문회에서 마련했다.
요즘 강행군의 후유증으로 얻은 관절염과 영양실조를 치료중이라는 함씨는 어느새 어제의 고통을 잊고 새로운 도전을 구상중이다. <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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