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행들 '고금리 예금' 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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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씨티.HSBC 등 국내에서 소매금융 업무를 하는 외국계 은행들이 공격적 영업에 나서고 있다. 손실을 감수하며 고금리 예금 상품을 내놓고, 부동산 담보 또는 신용 대출에 적극적이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신용카드 부실과 정부의 부동산 담보 대출 규제 때문에 예금 유치와 대출에 소극적인 반면 외국계 은행들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고 나서는 모습이다.

씨티은행은 지난 14일부터 2천억원 한정으로 1억~3억원을 1년 예금하면 연 5%(1억원 미만이나 3억원 초과는 연 4.4%)의 확정금리를 주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에 비해 1%포인트가량 높다. 높은 금리에 힘입어 이 상품에 하루 70여명 1백억원 이상의 돈이 몰리고 있다. 씨티은행이 시판 중인 다른 상품에 비해 몇 배 이상 돈이 들어오는 셈이다.

최근 대출금리가 연 6% 안팎인 상황에서 연 5% 금리의 예금으로는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이익을 내기 힘들다.

그런데도 씨티은행이 이 같은 고금리 예금을 내놓은 것은 거래 고객을 늘려 이들을 펀드 등 다른 상품 판매로 연결시키려는 계산이라고 금융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씨티은행은 이에 앞서 1억원 이상 가입하면 연 4.6%짜리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을 판매한 바 있다.

씨티은행은 개인 신용대출에도 적극적이다. 엄격한 리스크 관리를 발판으로 시중은행이 움츠러든 사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것이다.

HSBC가 지난 13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판매하는 3개월짜리 정기예금도 하루 수십억원이 유입되는 등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이는 HSBC의 일반 수신액의 열배 가까운 금액이다.

금리가 연 4.3%로 시중은행들의 3개월 정기예금 금리(연 3.5% 안팎)보다 높다. HSBC는 이 상품 판매로는 손해가 불가피하나 펀드 투자자 등을 신규 고객으로 유치해 장기적으로는 은행 수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SBC는 또 1조원을 웃도는 부동산 담보 대출 규모를 더욱 키우기 위해 지난달 29일 부동산 담보 대출 금리를 연 6%에서 5.75%로 내렸다.

반면 국내 시중은행들은 부동산 담보 대출 죄기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24일부터 강남 등 부동산 가격 급등 지역의 담보 인정 비율을 40%로 낮추고, 소득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고객에게 최대 1%포인트의 가산 금리를 물리고 있다.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최근 부동산 담보 대출 금리를 소폭 인상했다.

외국계 은행들의 적극적 공세에 시중은행들도 예금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으나 매우 제한적이다. 국민.우리.신한.제일은행 등이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0.1%포인트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정도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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