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독립" 20만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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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내년 3월 있을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 독립론'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대만의 집권 여당인 민진당(民進黨)과 리덩후이(李登輝)전 총통이 이끄는 태단련(台團聯)은 지난 25일 오후 남부 도시 가오슝(高雄)에서 대만 역사상 최대 시위 규모인 20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헌법 개정 촉구대회'를 열었다.

이 지역은 대만 원주민이 많이 살고 있어 민진당과 대만 독립론의 정치적인 근거지다. 민진당.태단련과 20여 민간단체들은 지난 9월에도 '대만을 중화민국 아닌 타이완으로 불러야 한다'며 남부 지역에서 잇따라 시위를 주도한 바 있다.

시위 군중들은 이날 일제(日帝)식민지에서 벗어난 대만 광복절을 맞아 "국민투표를 실시해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구호를 앞세워 가두 시위를 벌인 뒤 군중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민진당 총재인 천수이볜(陳水扁)총통은 "2006년 신(新)헌법 초안을 만들어 2007년 국민투표에서 이를 결정하고 2008년 신헌법을 실시하겠다"고 구체적인 개헌 일정을 제시했다. 그는 "대만과 중국은 별도의 국가(一邊一國)"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호주를 방문 중인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중국.대만 간의 평화를 위협하는 최대 요인은 대만 분리 세력"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중국.대만과 미국 간의 3각 관계가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군부는 "대만 독립을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날이 양안(兩岸) 통일의 날이 될 것"이라며 무력 위협을 가하고 있다. 대만의 안보를 측면 지원해 왔던 미국 측도 현상 유지를 깨뜨리는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다.

중화권 언론들은 "천수이볜 총통과 민진당이 세(勢) 결집을 위해 '대만 독립론'을 들고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에서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만 입법원에선 전체 의석(2백25석) 중 과반인 1백14석을 가진 국민.친민당이 버티고 있어 민진당.태단련(1백1석)만으론 국민투표법안조차 통과시키기 어려운 판이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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