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북핵제재결의] 반기문 차기 유엔총장 구상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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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13일(현지시간)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공식 선출된 뒤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 로이터=뉴시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13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8대 사무총장으로 정식 선출됐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한국이 배출한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 최고의 국제기구를 지휘하게 된다. 한국 출신으로서 안아야 할 부담도 적잖다.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통일에 기여해 줄 것이란 국민의 기대가 크다. 이를 의식한 듯 반기문 차기 총장은 남북한 평화정착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특히 북핵 문제를 비롯한 각종 한반도 현안을 처리할 한반도 특사를 임명, 상시 운영하겠다는 뜻을 13일 선출된 직후 밝혔다.

그는 14일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유엔헌장 규정에 따라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및 2차 핵실험설에 대해 "어떠한 추가적인 부정적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반 차기 총장은 이어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핵무기나 핵물질이 테러리스트 손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국제사회는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핵 문제 외에 그에게 주어진 시급한 과제는 유엔의 개혁 문제다. 최근 유엔은 이라크 오일 게이트와 간부 독직 사건 등 각종 비리에 얼룩져 왔다. 여기에다 일부 타성에 젖은 직원들의 관료주의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회원국의 비난의 표적이 돼 왔다. 자연히 차기 수장으로서 유엔을 효율적이고 깨끗한 조직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반 차기 총장의 당면한 최대 과제인 셈이다.

유엔의 3대 이념은 평화와 발전, 그리고 인권 증진이다. 반 차기 총장은 이에 따라 총회.안보리 등의 결의 사안이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그는 유엔의 각 조직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도록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다음은 유엔 총장으로 선출된 직후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일문일답 요지.

-앞으로 일정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방한 예정이어서 18일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하루 일찍 귀국하기로 했다."

-북핵 해결을 위한 구상은.

"국제사회에서 이미 정해진 6자회담이라는 해결 메커니즘이 잘 굴러가게 촉진제 역할을 할 생각이다. 유엔헌장 99조에 따라 총장으로서 이니셔티브를 가질 수 있는 만큼 안보리 이사국은 물론 6자회담 참여국과도 만나 협의하겠다."

-방북 생각은 있는가.

"사태 진전과 여러 상황을 봐가며 생각해 볼 문제다. 다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초청하면 북한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북 제재 결의가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유엔헌장 7장 41조에서 언급돼 있고, 이 조항은 무력제재 이전에 외교적 제재를 의미한다. 또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관련 물품 및 부품에 대한 제재도 가해진다."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은 주변국 반대로 어렵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다.

"우리가 일본의 진출을 반대하는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안보리 개혁에 대한 우리 정부의 원칙을 말한 것뿐으로 안보리 개편에는 찬성하나 대표성 있는 회원국이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유엔 개혁에 관한 세 가지 방안을 밝혀 왔는데.

"인수 기간 중 광범위한 의견을 들어보고 내년 초에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을 계획이다."

유엔본부=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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