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북핵제재결의] 주민들은 '제2 고난의 행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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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될까.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통과로 북한은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봉쇄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최악의 경제난을 겪었던 1990년대 중반에 이어 다시 한번 '고난의 행군'을 선포, 절약과 자력갱생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 내년 봄 예상되는 식량난=전문가들은 북한이 내년 봄 식량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는 물론 해마다 평균 40만t 이상이던 남한의 쌀 지원이 중단된 데다 7월의 홍수 피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90년대처럼 대규모 아사자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아 사망자가 다시 늘겠지만 북한이 자체적인 식량 생산능력을 높였기 때문에 대규모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90년대 중반 북한의 식량생산은 340만t으로 최소 필요량에서 300만t이 부족한 상태였고 공장과 기업들이 문을 닫아 국가적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90년대 후반 들어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과 경제 교류 확대로 북한 경제가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북한 당국도 선진국의 기술을 도입하고 의류 공장 등 경공업 분야를 확장해 나름대로 경제적 토대를 쌓았다.

최근 쌀 생산량은 10년 전의 1.5배에 달해 지난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480만t으로 90년대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 '고난' '자주' 강조하는 북 언론=노동신문은 1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고난의 행군 정신'을 거론하면서 "유례없이 어려운 정세와 시련 속에서 고난을 이겨내고 혁명의 승리를 위한 전환적 국면을 여는 데 이 정신의 역사적 의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방송도 25년 전인 81년 노동신문에 실렸던 정론 '자주의 기치'를 14일부터 세 차례에 나눠 방송을 하면서 "남의 신세를 지면 자기의 정신과 존엄을 팔아야 한다"며 "우리는 한번 선택한 길에서 결단코 물러서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유엔의 제재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아 북한 내부적으로 위기 상황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의 단결을 촉구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고난과 자주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고 말했다.

신은진 기자

◆ 고난의 행군=90년대 중.후반 국제적 고립과 자연 재해로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북한이 경제적으로 극도의 어려움을 겪은 시기를 말한다. 38년 말~39년 초 김일성 주석이 이끄는 항일 빨치산이 만주에서 혹한과 굶주림을 겪으며 일본군의 토벌작전을 피해 100여 일간 행군한 데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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