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마이크로 크레디트 활성화 도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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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방글라데시 무하마드 유누스와 그가 설립한 그라민은행은 세계 빈곤 퇴치 운동의 새로운 방식, 즉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창안했다. 저소득층에게 무담보.무보증으로 소액을 대출해 창업을 돕는 제도다.

1976년 만들어진 그라민은행은 그동안 600만 명의 빈민에게 종자돈을 빌려줘 58%가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 대출금 상환율도 90%를 웃돈다.

우리나라도 2000년 '신나는 조합'을 시작으로 사회연대은행, 아름다운 재단 등이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시행하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가능성이 보인다. 신나는 조합의 대출금 회수율이 92%에 이르고 사회연대은행을 통해 창업에 성공하는 업체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일할 의지가 있지만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저소득층에게 약간의 종자돈이 따라가면 큰 결실을 거둘 수 있다. 매년 복지예산이 10% 이상 늘고 있지만 빈부격차는 확대되는 데서 보듯 시혜성 복지로는 한계가 있다. 유누스 총재는 "자선은 빈곤층의 의타심만 키워 오히려 빈곤 고착화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경우도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민간 차원에서 자생적으로 생겼고, 정부나 신용회복위원회가 뒤따라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운용 활성화나 기금 모금 등에서 보완할 점이 많다.

정부는 저소득층 창업자금 위탁을 더 늘리고 전문인력 양성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 또 휴면 예금을 기금으로 활용하거나 기업이나 개인의 기부금이 이 분야로 흘러들도록 물꼬를 터줘 더 많은 사람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거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