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F1 르노 "페라리여, 2006년도 쉬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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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F1 중국 그랑프리 예선에서 스페인의 F1 스타 페르난도 알론소(르노 소속)가 모는 차량이 피트(경기 도중 간단하게 타이어를 갈거나 급유.정비를 받는 곳)에 멈춰서자 팀원들이 달려가 긴급 정비를 하고 있다. [상하이 AP=연합뉴스]


자동차 업계는 올해도 F1에 쓰인 기술을 대거 활용했다. F1에서 선보인 V10 엔진 기술은 BMW의 스포츠카 M5와 5시리즈 550에 탑재됐다. 이 덕에 순간 가속력이 높아졌고 엔진회전수가 1만rpm에 근접해졌다. 또 F1 경주차에 사용된 패들 시프트(핸들에 달린 스위치로 기어 변속을 하는 것)는 고급차나 스포츠카에는 기본으로 장착되고 있다.

올해 바뀐 V8 엔진은 신형 엔진 개발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엔진 교체를 자주 하지 못하게 룰을 개정하면서 F1팀들은 무엇보다 내구성에 중심을 둬 신형 엔진을 개발했다. 특히 F1에서 공기역학(에어로다이내믹)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즌 중반 그대로 나타났다. 르노의 경우 상대 팀에서 부정 기술을 도입했다는 항의를 받고 공기흐름을 좌우하는 댐퍼를 바꿨고 이후 차체가 불안정해져 상당히 고전했다. 2004년까지 5연패를 했던 페라리팀의 독주를 막기 위해 지난해 개정된 F1 룰은 르노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지난해에는 경기 중 타이어 교체를 하지 못하게 했지만 7,8초 만에 타이어 네 개를 바꾸는 볼거리가 없어진다는 여론에 밀려 올해는 다시 경기 중 타이어 교체가 가능해졌다. V8 엔진도 르노에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드라이버와 제조업체 우승을 모두 차지한 르노팀은 마지막 경기를 남겨 놓고 올해도 두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드라이버 부문은 이 팀의 페르난도 알론소(25)의 2연패가 확실시되고 있다. 올 상반기 줄곧 2위에 머물렀던 페라리는 올 6월 200억원을 쏟아 부어 새로운 엔진을 개발, 르노를 추격했지만 이달 8일 열린 일본 GP에서 이 팀의 미하엘 슈마허 선수가 경기 종반에 엔진 고장으로 레이스를 포기하는 바람에 사실상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브라질 GP에서 슈마허가 우승하고 알론소가 경기를 포기할 경우에만 우승할 수 있게 됐다.

내년에는 F1의 황제 슈마허의 은퇴로 한층 재미가 더해질 전망이다. 차기 주자인 맥라렌-메르세데스의 키미 라이코넨이 페라리로 옮겨 우승을 넘본다. 알론소는 맥라렌으로 이적, 라이코넨과 우승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엔진 불량으로 고생한 맥라렌이 안정을 찾을지, 또 하위권으로 처져 망신을 당하고 있는 BMW가 부활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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