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믿을만한 이웃인가/방인철 동경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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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5월에 있었던 노태우대통령의 방일결과를 놓고 요즘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을 보고있노라면 과연 일본이 우리의 선린이 될 수 있는가하는 비감한 생각마저 든다.
일본의 유수한 잡지로 꼽히고 있는 『문예춘추』와 『제군』은 최근호에서 대담형식으로 한일 정상회담결과에 대해 「시비」를 걸었다.
『문예춘추』의 「천황은 사죄해야 했는가」라는 권두대담에 나온 와타나베 쇼이치(도부승일)라는 상지대교수의 발언은 일본의 전형적인 우익들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그는 『65년 일한기본조약 체결로 양국의 과거문제는 그때 이미 끝난 것인데 천황으로 하여금 사죄말씀을 하게 한 가이후내각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 『한국은 그때 배상금까지 받아 그 돈으로 최빈국에서 벗어났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그는 전 전대통령 방일때 일왕이 했던 「유감」발언에 대해서도 『이 「유감」부분은 조선인 뿐만 아니라 일본인에게도 유감이 있다는 뜻』이라며 『노일전쟁때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많은 일본인이 죽었는데 이것이 진정 유감이라는 뜻이다』라는 등 해괴한 논리를 전개했다.
『제군』지의 「선심외교와 굴욕외교」라는 대담에 나온 사토 가쓰미(좌등승사)(월간현대코리아 주간)씨도 비슷한 주장을 펴고 있다.
그는 65년 기본조약때 모든 문제가 끝난 점을 들먹이며 『이번에 합의한 사항중 당시 유보된 재일동포3세 법적지위문제를 빼고는 모두 일본행정부가 선심으로 한국에 양보했다』며 「굴욕외교」를 벌였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물론 이들의 주장이 결코 일본을 대표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유수한 잡지들이 이들을 내세워 이같은 주장을 펴게한 배경과 분위기가 문제다.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이같은 주장들은 소리없는 다수 일본인들의 대한인식이 이와 비슷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도 문제가 있지만 우리정부의 일처리방식에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그들의 주장대로 65년 한일기본조약때 제대로 마무리를 지었다면 그런 해괴한 주장들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사과문제만 해도 「유감」이니 「통석의 염」이니 하는 모호한 어휘만 계속 받아내 또다시 이 문제를 거론하게 만드는 책임이 우리정부에도 전혀 없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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