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늑대가 있다니 놀랍네 사실은 엄마도 몰래 울기도 해" 아이에게 살짝 털어놔 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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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이들은 동물원을 좋아한다.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유인하는 데는 동물이 나오는 책이 최고다. 안 로카르의 '뭐든지 무서워하는 늑대'(비룡소)를 내밀면 아이들은 대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짝 다가앉는다.

주인공 늑대 가루가루는 겁쟁이 중의 겁쟁이다. 어둠도 무섭고 두꺼비도 무섭고 달팽이도 무섭다. 그러나 다른 동물들은 사납게 생긴 가루가루가 지나가면 허둥지둥 달아나기 바쁘다. 두려움을 꽁꽁 숨기고 거들먹거려야 하는 가루가루는 이중으로 피곤하다. 친구 하나 없는 그에게 어느 날 어린 소녀 노에미가 찾아온다. 노에미는 무시무시한 송곳니를 가진 늑대를 도무지 무서워할 줄 모른다. 가루가루의 등에 올라타고도 의기양양하다. 숲 속의 동물들은 비로소 가루가루가 겉보기와 달리 외로운 겁쟁이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겉모습만 보고 상대를 판단하는 고정관념의 오류를 납득하기에 아이들의 이해력은 아직 얕을지 모른다. 이럴 때 아이들에게 가장 친밀한 엄마를 화두로 던져보기도 했다. 아이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선생님. 울 엄마도 슬플 땐 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 몰래 운다고요? 깜깜한 골목길을 종종걸음칠 땐 머리카락이 곤두선다고요? 바퀴벌레를 잡을 때도 속으로 벌벌 떨었다고요?" 아이들은 강한 줄로만 알았던 엄마를 색다른 프리즘으로 바라보는 경이로운 경험을 한다. 가루가루는 먼 숲 속뿐 아니라 가까운 곳에도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슈퍼우먼 노릇에 지쳐있는 고독한 엄마들에게 가루가루의 이야기를 권한다. 오늘 아이들과 함께 외로운 늑대 이야기를 나눠보자. 가루가루가 다름 아닌 자신임을 솔직히 털어놓는다면 말썽만 부리던 아이에게서 연민의 포옹을 해 주는 노에미를 만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가루가루 엄마'들 덕분에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통쾌한 사고의 전환을 맛볼 것이다. 상대방의 내면을 보듬어줄 줄 아는 이해심도 절로 배우게 될 것이다.

동물원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보너스로 늑대 한 마리를 더 만나보자. 호세 마리아 플라사의 '훌륭한 꼬마 의사'(크레용하우스)에는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가엾고 외로운 늑대가 등장한다. 이 책을 읽으면 세상의 고정관념을 비껴가는 동화가 왜 아이들의 성장촉진제인지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권장 연령은 '뭐든지 무서워하는 늑대'는 6~7세, '훌륭한 꼬마 의사'는 초등 1학년부터. 물론, 고정관념에 발목 잡힌 어른들과 세상의 모든 외로운 가루가루들도.

임사라 동화작가

*** 바로잡습니다

◆ 10월 14일자 23면 '임사라의 KISS A BOOK'에 실린 작가의 e-메일 주소가 잘못 나갔습니다. romans828@naver.com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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