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모은 유물 10만여점 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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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금속활자를 세계 최초로 발명한 출판 종주국에 제대로 된 출판 박물관 하나 정도는 있어야지요.』
29일 우리 나라 출판 인쇄 문화 1천3백여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출판 박물관을 건립, 개관하는 삼성 출판사 김종규 사장은 『출판 종주국의 국민으로서 민족적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길이 없을까 생각하던 끝에 출판 박물관을 만들었다』고 박물관 설립 동기를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6가 5층 사옥에 박물관 문을 연 김 사장은『25년 전부터 박물관 개설의 뜻을 세우고 출판 관련 유물을 한점 한점씩 모은 끝에 10만여점을 수집했다』며 비로소 한사람의 기업인이자 출판인으로서 그 동안 사회에 진 빚을 갚기 시작했다고 했다.
김 사장은 보통의 박물관들이 진열·전시 중심으로 운영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각종 자료들을 필요로 하는 학자나 학생들이 직접 열람·복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각가지 기획전도 열어 우리 출판 문화의 진수를 후학들에게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털어놓기도 했다.
박물관에 소장된 유물 중에는 13세기 전에 주자 인쇄가 실시됐음을 입증하는「남명천화상송증도가」 (보물 758호)를 비롯해 아직 공개된 적이 없는 초조대장경의 일부가 있다고 밝힌 김 사장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우리 속담을 수 차례 인용하며 박물관 설립의 꿈을 이룬 것에 몹시 뿌듯해했다.
그는 박물관의 입장료도 받지 않기로 했다며 『출판 사업을 통해 많은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벌어들인 돈을 사회에 돌려주어야 올바른 기업인이 될 줄로 믿고있다』고 말하고 자신보다 많은 돈을 번 기업인들도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갖고 보다 많은 투자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글 이연홍 기자·사진 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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