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경쟁 기피 만연 뒤처지면 퇴출시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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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경쟁에 뒤처지는 교수는 퇴출시켜야 한다."

서울대 공과대 김도연(54.사진) 학장이 교수사회에 쓴소리를 했다. 12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열린 제7회 인적자원개발 연구포럼(HRD-R & D)에서다.

김 학장은 '한국 이공계 대학 어디에 있나'라는 주제발표에서 "교수사회가 경쟁은 기피하고 무차별적 평등만을 추구하는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교수들이 실무경험이 부족해 이론과 공급자 중심의 전통적 교육을 하는 바람에 학문과 학생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동료를 과잉 보호하거나 ▶전공 간에 벽을 쌓고 교류를 거부하고 ▶학부 교육에 열의를 보이지 않는 등 교수사회에 경쟁기피 풍조가 만연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30년간 급격한 양적 성장을 한 대학들이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하지 못한 이유를 이공계 대학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교수 1인당 평균 학생 수가 서울 공대 32명, 한국과학기술원(KAIST) 20명, 한양대 공대 36명 등으로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많아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 논문 증가율이 세계 1위 수준이지만 연구결과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학장은 "한국 대학이 세계적 수준으로 뻗어가려면 교수사회부터 변화해야 한다"며 "엄정한 평가를 통해 무능한 교수는 퇴출시키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학에도 시장.경쟁 원리를 도입하면 매너리즘에 빠진 교수들이 걸러지고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학장은 "학내 경쟁이 대학 간 경쟁으로 이어지고 전국에 5개 정도의 연구중심 대학이 육성되면 경쟁력은 몰라보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학.과학 연구센터를 설치하고, 교수 충원과 기숙사 건축 지원을 위한 '이공계 사립대학 교육지원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김 학장은 지난해 9월부터 서울대 공대 학장을 맡았다. 지난달에는 성과가 적은 이공계 교수들의 연구비를 줄이겠다고 발표해 교수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인적자원개발 연구포럼은 교육부와 전경련이 두 달에 한 번씩 연다. 이날 포럼에는 경제.대학.연구소 등 각계 인사 23명이 참여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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