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 핵실험 제재 급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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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과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제재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국이 안보리에 제출한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에 대해 중국이 군사 조치만 아니라면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 공해상의 미심쩍은 북한 선박에 대해 전면적인 봉쇄 대신 선택적(selectively)으로 정선(停船).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단호한 대북 조치' 언급한 중국=유엔 관계자는 10일(현지시간) "미국의 초안에 대해 중국은, 논란이 되고 있는 유엔헌장 7장(무력 동원 허용) 전체가 아닌 일부 조항만 원용한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 제재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유엔헌장 7장에 근거한다'는 표현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헌장 7장이라고 하면 7장 42조의 군사제재 조치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왕광야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유엔 헌장 7장'이 아니라 '유엔 헌장 7장 41조'로 고칠 것을 미국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7장 41조는 비군사적 제재를 뜻한다. 왕 대사는 10일 오전 기자들에게도 "북한에 단호한 징계조치를 내려야 하나 그 조치들은 적절하고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 측의 이런 제안에 대해 미국과 일본은 일단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미.일은 군사제재가 가능한 결의안을 중국이 반대하면 채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절충할 여지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맹방인 중국이 비군사적 제재에는 동참할 뜻을 밝힌 데 대해 상당히 만족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현재 수준의 협조만으로도 대량살상무기(WMD)와 부품을 실은 북한 선박.항공기를 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9일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첫 안보리 회의를 마친 뒤 "이례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모든 회원국이 일사불란하게 북한을 규탄했으며, 신속한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 미국, 수상한 북한 선박은 저지=미 국방부 관계자는 10일 "안보리에서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되면 미국과 동맹국들은 (핵무기.관련 물질 등) 수상한 물품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을 공해상에서 선택적으로 정선.검색.차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면적인 대북 해상봉쇄(blockade)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북한에 이착륙하는 항공기들도 수상한 물품을 적재한 혐의가 있을 경우 (중국.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이 결의안에 따라 영공 통과를 불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워싱턴=남정호.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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