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 소지 많다/검찰의 증인조서 증거능력 확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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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검은 서울 동부지원 증인피살사건과 같은 보복범죄의 재발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보복범죄에 대한 가중처벌,보석요건의 강화,검사가 수사단계에서 작성한 참고인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인정등을 내용으로 한 형법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 낼 계획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보복범죄 예방의 핵심이 범인 검거능력의 향상과 피해자나 증인보호에 대한 수사당국의 세심한 배려에 있다고 믿는다.
아무리 법규를 강화해도 그것만으로 보복범죄를 예방할 수는 없다.
따라서 보복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잡힌다는 인식을 사회전체에 심어 줄 수 있도록 보복범죄에 대해선 특히 끈질기고 철저한 수사를 벌이고 피해자나 증인이 가능한 한 신분이 노출되지 않고,또 번거로움을 겪지도 않고 당국의 수사에 협조할 수 있는 행정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보복범죄는 사법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검찰이 법적 차원에서도 그 강화책을 마련코자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우리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보복범죄의 예방을 위한 그 법 개정이 현행법의 체계를 깨고 결과적으로 또다른 인권의 침해를 낳는 무리한 것이어서는 결코 안된다는 점이다. 그것은 마치 쥐를 잡으려고 독을 깨는 것과 같은 것이다.
검사가 수사단계에서 작성한 참고인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 제314조를 개정하려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의 대등한 공방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형사소송의 기본원칙인 「당사자주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증인조서는 반대당사자가 인정하거나 반대신문에 의해 진실로 입증되지 않는 한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는 「전문법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검찰로서는 현행법아래서는 피해자등이 검사앞에서 행한 진술을 피고인이 법정에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재판부가 피해자등을 증인으로 소환하지 않을 수 없어 노출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일 것이다. 물론 법정에 출두를 안하는 것보다는 보복범죄의 위험성이 커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일단 피고인이 되면 인권은 무시되어도 좋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가해자는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그 처벌은 그가 저지른 행위이상의 것일 수는 없고 바로 그 적절한 처벌의 한계를 정하기 위한 것이 재판이다.
그런데 쌍방 당사자의 어느 일방일 뿐인 피해자등의 공판전 진술을 그대로 증거로 인정해버린다면 그것은 사실상 사전재판이 되어버릴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까지는 믿고 싶지 않으나 일부에서는 그러한 법 개정내용이 시국사범문제에까지 채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검찰로서는 분하고 부끄러운 일이겠으나 최근들어서는 사법부가 검찰에서의 자백마저도 그 증거능력을 엄격히 제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취지와 목적을 지녔더라도 검찰의 권능 강화에 대한 우려를 씻기 어렵다.
우리는 사건후 대법원의 여러 조치,이번 대검이 마련한 기타 법 개정내용만으로도 법적 차원의 대응책은 충분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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