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측의 한국종교인 중국여행 자제요청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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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통제 벗어난 외국인 종교활동 “제동”/서독종교인 동독 민주화 역할에 자극/연변 한인상대 대규모 자선사업 못마땅
우리 종교인들의 비수교 공산국가에 대한 여행이 앞으로 종전보다 어렵게 된 것은 자유세계와 통제사회의 종교정책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통제사회에서는 전세계의 민주ㆍ개방화 물결에도 불구,종교를 정부가 직접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종교계 인사들의 비수교 공산권국가에 대한 종교여행은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차츰 늘기 시작,올해에만도 20차례에 걸쳐 1백61명이 다녀왔다.
이중 중국은 15개 단체에서 1백34명이,소련은 다섯차례에 걸쳐 27명이 여행,전년대비 5배나 종교계 여행객이 증가했다.
최근 중국측이 우리 정부에 한국 종교인들의 중국여행 자제를 요청해온 배경을 전문가들은 대략 다음과 같이 보고 있다.
첫째,종교의 전파및 전도ㆍ사회봉사활동 등은 중국의 종교인들이 스스로 벌인다는 종교 삼자원칙(자활ㆍ자치ㆍ자력전파)에 위배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종교를 금기로 여기는 사회주의국가에서 국가의 통제를 벗어난 상태에서 벌어지는 외국인들에 의한 자국내 종교활동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둘째,동독의 민주화 과정에 서독의 방송과 함께 서독종교인들의 동독내 활동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중국측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제사회속에 있던 동독국민들이 서독의 방송을 자유롭게 청취한데다 서독종교인들의 동독내 활동이 민주화의 바람에 크게 작용,국가가 국민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중국측도 이같은 분석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일찌감치 외국 종교인들의 중국내 종교활동을 사전봉쇄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밖에 우리 종교인들이 연변거주 한인들을 상대로 성경책및 기부금을 전달하고 한인교회에서 자주 설교ㆍ간증 등을 해온 것도 중국측의 경계대상이 됐을 것이며 우리 종교인들이 교포및 중국인 단체등을 대상으로 각종 자선사업을 벌여온 것 역시 중국의 삼자주의에 위배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우리 교계가 중국을 선교대상 목표로 삼아 종교활동을 벌여온 것이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것이 중국측의 입장일 수도 있다.
정부는 앞으로 비수교공산국가에 대한 종교인들의 단체여행에는 중국방문에 적용할 원칙을 확대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국내 종교인들의 이들 국가에 대한 여행은 비수교국임에도 불구,거의 자유로운 상태였다.
특정 종교인단체가 여행대상국의 단체나 여행사가 알선해준 초청장만 구비하면 거의 1백% 여행이 가능했다.
중국여행사의 홍콩이나 일본에이전트를 통해 초청장을 교부받아 이를 첨부,문화부에 여행허가신청을 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외무부등 관계부처와의 협의과정을 거쳐 대부분 승인이 나왔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여행대상국 종교단체의 초청장을 반드시 구비하고 여행목적도 뚜렷해야 여행허가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문화부의 한 고위 종교관계자는 『이들 종교인들의 여행목적은 대부분 종교계 시찰등으로 돼있었으나 실제로는 상당수가 관광차원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었다』면서 『앞으로는 초청대상과 여행목적이 뚜렷한 경우에만 여행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같은 조치가 크게는 중국등의 요청에 따른 것이 사실이지만 비수교공산국가에서의 여행목적에 위배되는 활동에 따른 잡음이 국익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본다』면서 『결국 이들 국가에 대한 종교인들의 자유로운 종교여행은 대상국의 민주화 정도와 발을 같이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망했다.<김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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