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통치 23년…생활고에 "허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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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프리카서해안 기니만부근 가나와 베냉공화국 사이에 끼어있는 토고공화국은 최근 불고있는 아프리카의 민주화바람에도 불구, 북한 김일성유일체제를 방불케하는 장기 철권독재통치가 계속되고 있다.
수도 로메시의 시청광장에는 쿠데타로 집권, 지난 23년간 토고를 통치해온 그나싱베 에야데마대통령의 동상이 웅장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거리 곳곳에는 『정치안정없이 경제발전없다』는 에야데마대통령의 「유시」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정부는 누구나 자기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할수 있다고 언론자유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그렇게 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언제 비밀경찰에 발각되어 직장에서 좇겨나거나 구금돼 고문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비료를 사지 못해 일손을 놓고 굶고 있으며 도시노동자들은 아예 노상강도로 전업(?)하고 있다.
밤에 로메의 뒷골목 보안등아래 쭈그리고 앉아 책을 읽는 대학생들은 토고의 심각한 전력난과 생활고를 그대로 보여주는 풍경이다.
종교의 자유도 엄격히 제한돼 3백36만인구의 25%가 기독교를 믿고 있으나 교회는 몇개밖에 안된다.
민주화의 기본척도인 선거제도를 살펴보면 토고의 상황을 알 수 있다.
토고에서는 선거법에 따라 모든 국민은 「의무적·강제적」으로 투표에 참가해야한다. 투표는 단일후보에 대한 찬반투표로 실시되며 대부분의 경우 투표인에게 「부」표는 아예 지급되지 않는다. 따라서 투표인들은 「가」자가 적힌 투표용지만을 들고 투표장에 입장할 수밖에 없다.
지난 86년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는 에야데마대통령후보가 99·7%의 찬성표를 얻어 대통렴에 당선됐다.
에야데마대통령은 강제된 민의를 등에 업고 대학생·지식인들에 대한 탄압을 철저히하는 한편 불만을 토로하는 국민들을 닥치는대로 체포, 무자비한 고문을 자행함으로써 공포정치의 극을 이루고있다.
토고정부는 대외적으로 『토고에는 양심수가 전혀 없다』고 공포하고 『외국언론들이 활동하고 있으므로 진실은 곧 드러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정부비판을 담은 외국발행물의 판매는 철저하게 금지시키고 있다.
토고 지식인들은 정부각료들이 한번도 대통령에게 개혁을 건의한 적도, 대통령의 의견을거스른 적도 없다고 지적한다.
토고의회도 대통령이 제출한 법안을 한번도 거부한 적이 없어 「양들의 의회」로 불릴 정도다.
에야데마대통령은 23년통치기간중 여러번 하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퇴입반대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나 『할 수 없이 자리에 눌러앉았다』는 웃지 못할 이유를대고있다. 『토고는 절대로 민주적 방법으로는 정부를 바꿀 수 없다』는 미국무부의 보고서는 토고민주화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있다. <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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