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에 쫓겨 「약물」손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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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최근들어 약물을 복용하는 중·고등학생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범죄중 대부분이환각상태에서 저질러지는등 청소년의 약물남용이 심각한 상태다. 일선 상담교사들은 『청소년들의 약물복용이 대개 4, 5월께부터 시작되는 사례가 많다』며 「이는 입시위주의 교육만을 시키는 현재의 교육풍토에서 성적유지를 위해 잠을 쫓으려는 방편으로 약물복용을 시작하는 학생이 많기때문』이라고 말한다.
서울시교위가 「내몸은 소중합니다」라는 약물 오·남용 예방자료까지 발간, 배포할 정도로 중·고생의 약물복용문제는 심각하다. 그 실태·부작용·예방법등을 알아본다.
◇실태=지난해 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이 중·고생 2천7백24명을 대상으로 약물남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각성제를 복용한 학생은 전체의 29·4% 최면제 6·7%, 안정제 5·2%, 본드흡입 4·4%등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88년2월 실시한 실태조사와 비교해 볼때 흡연·음주·마약·히로뿅은 별로 늘지않은 반면 안정제·최면제·각성제·대마초·본드는 두배이상 늘어난 것이다.
약물복용 이유는 잠을 쫓기위해서(4l·9%), 호기심으로(15·8%), 괴로움을 잊으려고(14·4%)등으로 학교성적이나 입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 중·고생들은 피로회복제복용부터 시작, 13세에 흡연을 하고 14세에 진통제를 사용하며 14세 후반에 집중적으로 각성제·음주·본드·마리화나를 복용, 흡입하고 l5세에 안정제,전세에 최면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교부 이혁회생활지도장학관은 『각종 통계자료를 살펴볼 때 약물을 오·남용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학교에서 약물복용의 원인을 분석, 위험성과 폐해를 본격적으로학생들에게 가르쳐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위험성=상담교사들은 약물복용 학생은 학교성적이 계속 떨어지고 가족과의 활동이 줄어들고 가족과 함께 있기를 싫어하는등의 변화가 일어난다고 특징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가정에서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약물사용을 암시하는 기분변화가 자주 일어나고 초조해 하거나 우울해할 때 ▲행동이 느리고 말을 더듬을 때 ▲급격하게 체중이 증가하거나 감소할 때 ◆기민함과 민첩성이 증가하거나 감소할 때 ▲성적이 계속 저하할 때 ▲친구관계가 원만치 못하고 사귀는 친구가 변할 때는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습적인 약물복용은 간·신장·뇌등의 세포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고 있으며 심한 경우엔생명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예방법=서울청소년 지도육성회 이규미상담실장은 『중·고생의 약물남용 예방을 위해서는 학부모·교사·전문의들이 복용실태를 알고 청소년의 심리과정을 이해하며 학생들이 고민을 터놓고 의논할 수 있는 의사소통의 기회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이실장은 자녀가 약물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부모는 자신의 정서를 통제하고 경솔하게 행동하지 말아야하며 왜·어떻게·어떤 약물을 사용했는지를 파악, 원인치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상윤서울시교육연구원장은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약물을 남용토록 하는 압력이나 유혹요인이 있다면 이것을 발견해 제거하고 약물복용의 페해에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특히 입시로 인해 좌절에 빠지거나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학생들에게 교사의 관심이 돌려져야 한다』고 말한다.
문교부 이장학관은 『돈만가지면 손쉽게 약물을 구할수있는 사회풍토와 어른들의 잘못된 상혼이 학생들을 병들게하고 있으므로 약물이 무분별하게 학생들의 손에 흘러들어가지 못하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거나 강화해야 한다』고 밝히고「사회의 모든 대중매체들이 약물 오·남용의 예방을 위한 교육적 역활을 해야한다』고 지적한다.

<도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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