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독극물사건은 미국의 「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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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후안 리베로스<칠레 전경련수석부회장>
지난해 칠레산 포도에서 독극물이 검출됐다는 보도로 세계가 잠시 떠들썩했던 일이 있다.포도는 칠레 농업부문의 모노 컬처를 대표하는 농작물이다.
취재팀은 이사건 뒤에 미국의 고도의 정치적 책략이 깔려있었음을 이번 취재에서 확인했고 중남미 모노 컬처가 경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사용되는 「덫」임을 엿볼 수 있었다.
칠레 전경련수석부회장 후안 리베로스씨를 만나 포도 독극물사건과 중남미 다른 나라들에비해 안정을 유지해온 칠레 경제의 성공비법을 들어봤다.
-지난해 칠레산 포도에서 독극물이 검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독극물 검출사건은 미국이 고도의 계산하에 만들어낸 정치적 공략으로 볼수 있다. 미국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피노체트가 이끄는 군사정권이 정권을 민간에 이양할 것이라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따라서 피노체트 정권을 퇴진시키기 위한 일종의 「압력 수단」으로 고의적인 독극물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독극물사건이 정권퇴진을 위한 압력수단이 될 수 있는가.
▲농산물, 특히 포도를 재배하는 농민들은 중도우파로서 피노체트의 지지기반이었다. 따라서 독극물검출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계층은 바로 농민이고 이중에서도 피노체트를 지지하는 계층이 받은 타격은 막대했다고 볼수있다.
실제로 독극물 검출사건으로 농산물수출에서 약2억달러의 피해가 있었다. 이 액수는 칠레전체경제규모로 볼때는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해당사자인 농민들에게는 생계를 위협하는 엄청난 타격을 입힌 셈이다.
-칠레가 두차례에 걸친 석유파동과 외채위기등을 극복할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과감한 경제정책이었다. 칠레는 내수시장이 좁고 자본축적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결정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었다. 피노체트정권이 이같은 한계점을 인식, 상당한 고통과 희생을 치르면서 기술과 자본획득을 위해 수입개방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수출드라이브정책을 구사했던 것이 주효했다.
-피노체트정권의 경제정책의 특징중 하나로 공공부문 지출을 최대한 억제했다는 점을 들고있다. 결국 군사정권이 경제안정을 이룰수 있었던 것은 강요된 국민적 희생을 바탕으로 이뤄진것 아닌가.
▲그렇다. 공공부문 지출의 억제에 따른 불만들이 도처에서 솟구쳤고 파업·시위등이 꼬리를 이었지만 당초의 정책을 일관성있게 고수했다.
-이같은 희생은 군사독재체제때문에 가능했던것 아닌가.
▲그렇게 해석할수도 있다. 그러나 민간정부라 하더라도 옳다고 믿는 정책을 소신있게 밀고나간다면 국민들이 따르지 않겠는가.
-칠레민간기업들과 엘윈대통령이 이끄는 신정부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우리는 모든 정권과 좋은 관계를 맺어왔다. 신정부 역시 기존 경제정책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며 우리와도 좋은 관계를 형성해 나가리라 본다. 우리는 상호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신정부는 사회복지정책에 주력할 것임을 밝히고있으며 이에따른 재원확보를 위해 세제를 개혁, 기업의 조세부담을 늘린다고 하는데.
▲사회복지 정책을 위한 재원마련을 위해 기업들의 부담을 늘리려 하는 데는 반대한다. 국민들의 생활수준향상은 정상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이뤄져야하며 인위적인 시도는 반드시 무리가 따르게 돼있다. 예컨대 페루의 알란 가르시아대통령의 무리한 사회복지정책이 어떤결과를 빚고있는가가 단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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