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천재들의 공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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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32강전 하이라이트>
○. 강동윤 5단 ●. 천야오예 5단

강동윤 5단은 2002년에 프로기사가 됐다. 만 13세 때다. 천야오예(陳耀燁) 5단은 만 11세 때인 2000년에 프로가 됐다. 1989년 12월생이니까 정확히는 10년6개월 만이다. 천야오예는 올해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준우승했는데 만약 우승했더라면 이창호 9단의 세계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17세)을 넘어설 뻔했다. 한.중 대결이 불붙고 있는 지금, 한국 신예의 대표주자로서 강동윤의 생애의 적수가 누구일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장면1(54~56)=백△ 석 점이 고립됐다. 모양도 무거워 앞길이 어둡구나 싶을 때 강동윤이 54, 56의 콤비블로를 터뜨렸다. 좋은 감각. 강동윤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 상황에서도 날카로운 눈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있다. A의 절대선수를 유보한 채 이렇게 두니 흑B로 끊는 수가 성립하지 않는다. A에 백돌이 있다고 생각하면 C로 두는 것도 이상하다.

참고도=흑1로 잇고 물러서는 것은 백의 주문이다. 2, 4로 귀를 정비하면 백은 이미 본전은 회수한 느낌. 덤으로 D의 움직임이 남게 되니 금상첨화다.

장면2(57~61)=천야오예는 57로 단수했다. 58엔 눈 감고 59로 때려낸다. '58은 백의 절대선수'라는 고정관념에는 벗어난 대목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백은 60으로 좌우를 관통하는 데 성공했지만 61에서 다시 응수가 피곤해졌다. 잇자니 포도송이요 놔두자니 끊어진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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