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잡기 총력전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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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우리 경제가 타고 넘어야 할 최대의 난제로 물가상승과 수출부진이 부각되고 있다.
10ㆍ3%의 성장률을 보인 1ㆍ4분기 경제실적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5일 발표한 90년 경제전망에서도 이 두가지 문제가 올해 경제운용상 가장 크고 해결하기 어려운 걸림돌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물가문제는 지난 5개월간 6.7%나 오른 빠른 상승속도가 하반기라고 해서 둔화되리라는 뚜렷한 조짐이 보이지 않는데다 그 파급영향이 서민가계에 압박을 주고 봉급생활자의 실질소득을 잠식,자칫 물가와 노임상승의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정부도 사태를 무겁게 보고 이에대한 대책에 부심하고 있는 줄로 안다.
그러나 물가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이 크게 약화돼 있고 동원할 정책수단이 다른 정책과제와의 충돌로 한계가 정해져 있는 만큼 이 문제를 정부에만 맡겨서는 해결이 어려우리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최선의 대책을 강구하되 정치권ㆍ기업ㆍ가계 등 모든 국민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합심협력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자면 먼저 물가비상을 초래한 요인이 어디 있는가에 대해서부터 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분석이 따라야 하며 그 분석을 근거로 각 원인자들이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주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가 보기에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물가상승의 요인은 우선 지난 3년간 60%를 넘은 임금상승과 부동산투기,주택부족 등에 따른 임차료상승등 원가요인이 크고 거기에 87년 대통령선거,88년 총선 등 정치행사와 88년말의 금융자율화,89년말의 증시부양조치 등으로 늘어난 통화팽창,3년간의 국제수지 흑자를 배경으로 한 국민들의 과소비 풍조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시차를 두고 물가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한마디로 과거에 우리 스스로 만든 요인이 지금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다행히 올해에는 근로자들의 자제로 임금상승률이 대체로 한자리 숫자에 그치는 다행스런 현상이 나타나고,부동산투기도 잡혀가고 있지만 앞에 든 여러 요인들이 시차를 두고 나타남으로써 한자리수 임금인상에 두 자리수 물가상승이라는 가장 바람직스럽지 못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는 것이다.
문제를 이렇게 볼때 문제에 대한 대답은 자명해진다. 우선 가장 중요한 일은 물가상승이 실질소득감소→임금인상→물가 재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차단하는 일에 온 국민이 이해와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정부도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인기위주의 전시적 행정에 치중함으로써 재정운용이나 통화관리에 방만했던 과거의 자세를 철저히 반성하고 기술개발ㆍ수출촉진 등 우리 경제의 장래와 직결되는 부문이외의 부문에 대한 통화수속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와관련해 한가지 정부에 제의하고 싶은 것은 통화정책이 이미 금융자율화의 최소한의 명분마저 내동댕이 친지 오랜만큼 금리를 중심한 시장기능에 책임을 전가하는 자세를 탈피,과감한 금리인하로 원가부담 요인을 줄이고 통화관리를 별도의 기준으로 운용해 나가는 것이 보다 솔직하고 현실적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몇가지 정치 일정도 그것이 국민의 분위기를 들뜨게 하고 통화증발로 물가를 자극할 소지가 있는 것이라면 경제적 파급영향까지를 고려하는 신중한 자세로 접근해 주기를 권고하고 싶다.
일반 국민들도 소비생활에서 과소비를 삼가고 절제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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