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ㆍ대만등과 경쟁엔 유리(궤도오른 한ㆍ소 경협: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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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불확실한 시장이지만 가능성 커
한국기업들의 대소투자진출방향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시베리아개발사업과 같은 자원개발에의 참여고 다른 하나는 소련이 만성적으로 겪고 있는 소비재분야에 대한 진출이다.
현대그룹을 위시한 국내건설회사,석유화학관련회사들은 소련의 극동ㆍ시베리아지역의 개발에 직접 자본과 인력을 투자해 자원개발ㆍ제품생산ㆍ현지판매 및 해외수출등을 꿈꾸고 있으며 중소기업을 비롯한 대다수의 섬유ㆍ생필품ㆍ가전제품생산업체들은 우리제품을 직교역을 통해 보다 더 많이 수출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한소간 정상회담에 이어 조만간 국교정상화와 투자보장협정ㆍ이중과세방지협정 등의 체결이 확실시됨에 따라 국내업체들은 대소 진출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우선 경쟁국들의 동향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소비재산업업체들은 경쟁국인 일본ㆍ대만ㆍ싱가포르의 대소무역동향파악에 열심이며 그 결과를 토대로 국내기업들의 효과적인 대소진출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한무역진흥공사ㆍ한국무역협회ㆍ국제민간경제협의회 등에 따르면 소련은 일본ㆍ대만ㆍ싱가포르 등과의 무역에서 주로 목재ㆍ연료ㆍ면화ㆍ비철금속ㆍ화학제품ㆍ어류 등을 수출하고 기계설비ㆍ수송장비ㆍ파이프ㆍ철강재ㆍ화학제품ㆍ의류 등을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소련과 이들 국가와의 교역은 여러가지 면에서 장애를 안고 있으며 바로 이러한 점에서 한국기업들의 대소진출가능성이 경쟁국에 비해 유리하다고 민간기업들은 분석하고 있다.
우선 소련이 만성적인 소비재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나 ▲일본등 선진국의 생필품은 가격이 고가라 매력에 비해 소련의 구매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만성적인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싱가포르의 경우 바터무역을 하기엔 싱가포르의 경제구조가 금융ㆍ서비스등에 집중되어 있어 상호보완성이 적고 ▲대만은 산업구조는 고도화되어 있으나 중국문제가 걸려 있고 ▲일본ㆍ대만ㆍ싱가포르는 시베리아개발에 한국만큼 적극적이지 못하며 대규모 개발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소련은 가전ㆍ의류등의 분야에서 일본과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으면서 시베리아개발에의 협력가능성과 구상무역시의 보완성등을 골고루 고려,한국을 파트너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의 경우 이미 제품이미지가 확고해 서방시장에서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소련과 같은 위험도가 높은 시장을 굳이 모험적으로 도전하고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기업들은 이에 따라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말고 ▲가전ㆍ의류등 생필품을 중심으로 대소시장진출을 적극화해 한국제품의 이미지와 신시장을 개척하고 ▲원자재 및 천연자원을 근거리지역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신기술개발을 통한 선진국시장공략의 시간을 벌기위해서라도 이들 시장에 대한 공략을 적극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대그룹의 정주영회장은 특히 이를 강조,소련이 필요로하는 시베리아ㆍ극동개발에 우리가 이를 지원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의 새로운 시장으로 소련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해왔다.
현대는 정회장의 이러한 주장에 따라 시베리아자원개발사업,나홋카항 종합무역센터개발 및 운영사업,하바로프스크지역 생필품건설사업 등으로 사업을 3등분해 이를 패키지로 연결한 종합대책을 수립중이다.
현대는 우선 나홋카항 자유무역센터 건설 및 운영을 위해 자본금 2백만달러 규모의 한소합작회사를 설립,이 회사를 통해 앞으로의 대소진출방안을 연구케할 셈이다.
또한 시베리아자원 개발에 소요될 인력은 기술ㆍ관리직만 국내인을 쓰고 나머지는 과거 중동개발때처럼 국내에서 충당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ㆍ베트남ㆍ북한 등지의 인력으로 충원한다는 생각이다.
현대 이외에 대성산업ㆍ삼환기업 등 자원개발에 관심을 갖고있는 대부분의 국내기업들도 인력문제에 대해선 한국노동자의 임금이 예전처럼 저렴하지 않은등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가능한한 단순인력은 중국등 제3국인을 쓸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소련이 불확실한 시장인 것은 명백하나 불확실한 만큼 가능성도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대소투자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자원개발과 생필품수출을 병행할 필요가 있으며 현금이 부족한 소련의 현실을 감안,구상무역이 가능한 품목을 보다 더 많이 개발하고 국내기업들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해 위험도를 줄이며 최근 대소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TVㆍ비디오테이프ㆍ의류 등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말한다.<김석환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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