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또 세계를 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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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장미란이 용상에서 179을 들어올려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산토 도밍고 AP=연합뉴스]

장미란(23.원주시청)이 또다시 중국 역사(力士)를 누르고 여자 역도 세계 최강임을 확인했다.

장미란은 8일(한국시간)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에서 열린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75㎏ 이상급(무제한급) 경기에서 중국의 무슈앙슈앙(22)을 누르고 용상과 합계에서 금메달 2개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카타르 도하 세계선수권대회 용상.합계 우승에 이은 2연패다. 세계선수권 2연패는 한국 역도 사상 처음이다. 장미란이 무슈앙슈앙과 펼친 대결은 이번 대회 최고의 명승부였다.

장미란에게는 이번 대회에서 두 번의 고비가 있었다. 인상 1차 시기에서 자신의 세계기록에 8㎏ 못미치는 130㎏을 시도했으나 바벨을 뒤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반면 라이벌 무슈앙슈앙은 130㎏을 여유 있게 성공시켰다. 장미란은 심리적 압박감 속에 2, 3차 시기에서 130㎏, 135㎏을 침착하게 들어올렸으나 무슈앙슈앙이 3차 시기에서 136㎏을 성공시키는 바람에 1㎏ 뒤진 채 인상을 마쳤다. 인상.용상 모두에서 완승을 노렸던 장미란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었다.

반격에 나선 장미란은 용상에서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으며 2차 시기까지 175㎏을 기록, 무슈앙슈앙을 3㎏ 앞서갔다. 하지만 두 번째 고비가 찾아왔다. 무슈앙슈앙이 3차 시기에서 178㎏을 신청하는 승부수를 던져 성공했기 때문이다. 용상과 합계 우승을 위한 필요조건인 179㎏을 3차 시기에 신청한 장미란은 플랫폼 위에서 평소보다 시간을 끌어 코칭 스태프를 긴장시켰다. 하지만 바벨을 힘차게 들어올렸고 200여 교민을 비롯한 관중석의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둘은 나란히 314㎏으로 합계 무게가 같았지만 무슈앙슈앙(130.91㎏)의 체중이 장미란(113.52㎏)보다 무거워 합계 금메달도 장미란에게 돌아갔다. 중이염으로 평소보다 체중이 2㎏ 줄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장미란은 성실한 훈련과 강한 정신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둘은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만난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장미란이 우승한다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무혈 입성' 가능성이 커진다. 중국이 장미란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면 무제한급에 선수를 내보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여자 역도는 한 국가가 7체급 중 4체급까지만 출전할 수 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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