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응급실 줄서서 애태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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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의료진ㆍ병실 모자라는데 무작정 밀고 들어와/“진료기피 처벌” 이후 너도나도/진짜 급한 환자 손못써
서울시내 종합병원 응급실이 의료진ㆍ병상부족으로 몸살을 앓고있다.
최근 응급환자 진료를 기피한 병원이 잇따라 형사처벌된 뒤 환자들은 무작정 종합병원 응급실로 몰리고 병원측은 수용능력이 모자라면서도 이들을 거절하지 못하고 대책없이 환자를 받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종합병원의 응급실은 바닥은 물론 복도에까지 환자가 넘쳐 북새통을 이루고 시각을 다투는 「진짜」 응급환자는 2∼3시간씩 기다리기 일쑤다.
이같은 현상은 일반환자가 응급실을 이용,의료전달체계에 의하지 않고,3차 진료기관에 입원할 수 있는 편법을 쓰는데다 환자들의 지나친 종합병원 선호현상이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응급실(병상 20개)은 한달전까지만 해도 환자가 하루평균 40∼45명이었으나 최근에는 55∼65명으로 30%가량 늘어나 새벽엔 응급실 바닥ㆍ복도는 물론 문밖까지 환자가 밀리고 있다.
4일 오전4시40분쯤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김성룡씨(42ㆍ회사원ㆍ서울 연남동)는 『집계단에서 굴러 허리를 다쳐 급히 왔으나 1시간을 기다려도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다른 병원으로 가기 위해 병원문을 나섰다.
이 병원 응급실 사무장 김한곤씨(49)는 『「누울 자리가 없다」고 사정해도 환자들은 무조건 밀고 들어오고 인근 병원으로 갈것을 권유하면 대뜸 「진료거부냐」며 폭언하는 경우도 적지않다』고 말했다.
건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실(병상35개)도 이전의 하루평균 60∼70명이 최근 80∼1백명으로 늘었다.
4일 오전7시쯤 우측다리골절로 들어온 오정숙씨(43ㆍ여ㆍ서울 남가좌동 420)는 『입원하기 위해 복도에서 이틀간이나 기다리고 있다』며 『응급실은 급식이 안돼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구대구로병원(병상 45개)ㆍ여의도성모병원(21개)ㆍ경희의료원(7개) 등 서울시내 다른 종합병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복도ㆍ바닥에 5∼10명씩 누워 1∼2시간씩 기다리기 예사다.
의료관계자들은 이같은 응급실 북새통을 해소하기 위해 ▲「큰 병원」만을 고집하는 환자의 의식을 고치고 ▲응급실ㆍ수술실 등 담당 의료진과 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승호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실차장(36(외과의ㆍ은 『환자중 의료법상 진짜응급환자에 해당되는 사람은 불과 30∼40%일 것』이라며 『1,2차 진료기관에서 치료가능한 환자는 종합병원이 받지않을 수 있는 「환자선택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병상8개의 경환자용 응급실을 따로 만들었고 경희의료원은 응급실을 병상15개로 2배 늘리는 작업을 하는 등 병원들은 시설 보강에 애쓰고 있으나 밀려드는 환자 수용엔 역부족이다.<박수언ㆍ정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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