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리빙] 평소 '좋은 엄마' 안 되면 혼내도 안 먹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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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모성은 본능이라지만 좋은 엄마는 저절로 되지 않는다.

'육아법'은 가르쳐도 '좋은 엄마의 마음가짐'은 가르쳐 주는 곳이 없었던 현실. 드디어 '엄마학교'가 문을 열었다.

"꿀맛 같은 육아의 기쁨을 느끼지 못한 채 두려움에만 떠는 엄마들을 보고 안타까웠다"는 서형숙(48.한살림 전 부회장)씨가 지난달 초 서울 계동에 '엄마학교(blog.naver.com/unan)'를 만든 것.

엄마학교 강좌는 '기쁜 엄마'(1회 2시간 강의) 과정과 '좋은 엄마'(주 1회 2시간씩 한 달 코스) 과정으로 나눠 진행된다.

"엄마 마음 닦기는 한 번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아침저녁 세수하듯 끈기있게 연습해야 한다"는 서씨에게 '엄마학교' 강의의 핵심 내용을 들어봤다. 서씨는 최근 육아서 '엄마학교'(큰솔)를 펴내기도 했다.

# 다정한 엄마 되기

아이들은 뭐든 다 받아내는 다정한 엄마 품에서 걱정 없이 자란다. 아이가 짜증을 낼 때 '아이니까 이렇구나'라고 생각하자. 그래야 엄마도 짜증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아이가 계속 짜증을 내면 "우리 딸 예쁜 얼굴 어디 갔나" 식으로 다독거린다. 엄마도 아이도 화가 한풀 꺾여 마음이 고요해진다.

아이에게는 한마디 말이라도 함부로 내뱉지 않는다. "떼쓰면 죽는다" "너 말 안 들으면 엄마 집 나갈 거야" 등 '마음에 없는 말' 대신 "미덥다" "사랑한다"는 얘기를 넘치도록 하자. 때론 엄마가 야단을 쳐서 아이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줘야 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야단칠 일만 가지고 야단친다. 물론 나쁜 일을 반복하면 따끔하게 혼내야 한다. 보통 때는 한없이 좋은 엄마여야 호된 야단이 효과가 있다.

# 영리한 엄마 되기

어렸을 땐 원없이 놀게 한다. 선행학습을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아이를 구속하는 대신 아이 본연의 임무인 놀기에 열중하게 하면 훗날 오히려 좋은 열매를 맺는다. 콩도 제날 심어야 풍성하게 많은 열매를 맺듯 교육도 '적기교육'이 최고로 효과적이다. '적기'란 아이가 교육 받기를 원하는 시기다.

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이다. 교육이 잘못되면 바로잡을 수 있지만 먹을거리가 잘못되면 몸도 버리고 마음도 망친다. 제철 음식과 유기농산물은 건강한 몸과 똑똑한 두뇌를 만든다.

책을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부모의 임무다. 책은 아이가 인생을 살아갈 동안 부모의 손이 미치지 않을 때도 가장 현명한 조언을 해줄 친구이기 때문이다.

# 대범한 엄마 되기

작은 것이라도 혼자 해 본 아이는 자신감에 넘친다. 엄마가 아이를 어리다고 여기며 뭐든 혼자 하지 못하게 하면 아이는 자랄 수 없다. 매사를 간섭하기 시작하면 한이 없다. 아이들의 문제는 아이들끼리 해결하도록 한다. 아이들은 학교 생활에서 복잡미묘한 문제를 스스로 풀며 그 가운데서 견뎌내는 힘을 기른다. 그렇게 내공이 길러진 아이가 세상을 더 넓고 깊이 보게 된다. 친구관계 등 자잘한 일에 엄마가 관여하지 말고 아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맡긴다.

공부만, 입시만 너무 근시안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대범한 엄마가 되기 힘들다. 아이의 취미생활 역시 존중해 준다. 아이에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줘야 집중도 잘한다.

# 행복한 엄마 되기

엄마가 행복해야 행복한 아이를 기를 수 있다. 엄마부터 사소한 즐거움을 찾아 누리자. 아이들이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기쁨 아니겠는가. 또 엄마가 자기 스스로를 칭찬하고 존중해야 행복해진다. 스스로에게 선물이나 상을 주는 것도 삶에 생기를 주는 방법이다.

아이들은 행복한 부모 밑에서 행복하게 큰다. 아이를 위해서도 성숙한 부부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자녀가 부모 때문에 눈물짓게 하지 말자.

이지영 기자

■ 엄마학교 10계명

1. 삶의 목표를 정한다.

2. 서두르지 않는다.

3. 환한 웃음으로 대한다.

4. 아이를 믿는다.

5. 아이 스스로 하게 한다.

6. 아이가 선택하게 한다.

7.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게 한다.

8.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9. 내 아이도 남의 아이도 우리 아이로 여긴다.

10. 먹는 것에 신경 써서 아이의 건강을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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