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어머니 5-검버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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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반칠환(1964~) '어머니 5-검버섯'전문

산나물 캐고 버섯 따러 다니던 산지기 아내
허리 굽고, 눈물 괴는 노안이 흐려오자
마루에 걸터앉아 먼 산 바라보신다
칠십년 산그늘이 이마를 적신다
버섯은 습생 음지 식물
어머니, 온몸을 빌어 검버섯 재배하신다
뿌리지 않아도 날아오는 홀씨
주름진 핏줄마다 뿌리내린다
아무도 따거나 훔칠 수 없는 검버섯
어머니, 비로소 혼자만의 밭을 일구신다.



산골의 늙으신 어머니. 이마의 많은 주름살을 '산그늘이 이마를 적신다'고 한 아름다운 비유. 그 어머니가 얼굴과 온 몸에 '검버섯'이 늘어난다. 학명은 세보레익.케라토시스. 시인은 피부의 검버섯을 진짜 버섯의 한 종류로 환치시키면서 '주름진 핏줄'마다 그 버섯이 뿌리내린다고 한다. '주름진 핏줄'은 의사인 내게는 너무 훌륭한 '늙음'의 상징적 표현이다.

마종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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