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교사 모시기'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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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시험 면제는 물론, 할아버지.할머니도 뽑습니다."

일부 지역 교육청들이 부족한 교사 확충을 위해 임용고시 문턱 낮추기에 나섰다.

23일 서울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가 일제히 발표한 '2004년 초등교사 선발공고'에 따르면 전남.경북교육청은 교육학.교육과정 필기시험을 보지 않는다. 전남 및 충남.북도는 응시제한 연령을 50대로 높였다.

대법원이 지난 7월 '현직 교사의 타 시.도 임용시험 응시제한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려 농.어촌지역 교사의 대도시행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교사 확충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은 27일~11월 1일 원서교부 및 접수를 하고 11월 23일 1차 시험을 치른다.

고육책=5백20명의 초등교사를 선발하는 경북교육청은 교육학.교육과정 과목을 보지 않는 대신 2차 시험인 논술을 1차로 옮기고 면접을 치를 방침이다.

전남교육청도 교육학.교육과정 시험을 면제하는 한편 47세였던 응시제한 연령을 57세로 높였다.

전남도교육청 선성수 장학관은 "농.어촌 소규모 학교가 많은 지역 특성을 감안, 다른 지역 교대 졸업생 유치를 위해 객관식 시험을 면제하고 응시제한 연령을 대폭 높였다"고 설명했다.

충북도교육청은 가능한 한 도내 교대 출신자를 많이 유치하기 위해 청주교대.한국교원대 졸업(예정)자로 교원 경력이 없는 사람에게 5점의 가산점을, 충북 출신으로 타지역 교대 졸업(예정)자에게는 2.5점의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초등교원 1천2백여명이 부족한 충남교육청은 내년 임용자부터 상위 15% 이내 합격자는 본인의 희망지역에 배치하고, 70세 이상 노부모 봉양 교사는 연고지에 발령하는 우대방안도 마련했다.

문제점 및 대책=가장 우려되는 것은 농.어촌 지역 교육의 질 저하 문제다. 응시 연령 제한이 크게 완화돼 교단의 노령화도 우려된다.

전교조 충남지부 이진형 사무처장은 "임용조건 완화는 교원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로 받아들이지만 교육의 질 저하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교단을 정상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북교육청 안기환 인사담당 장학관은 "농.어촌 교사 부족을 해결하려면 근무수당을 대폭 올려주거나 근무 강제조항을 신설하는 조치 등의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대구지부 임성무 정책실장은 "교대 입학생을 부임 희망 지역별로 모집하고, 농.어촌 의무 발령제 도입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선윤.천창환.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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