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잡기에 비장한 결의를(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물가문제가 여간 큰 일이 아니다. 달이 갈수록 상승속도가 빨라지던 소비자물가는 5월 한달에만 2%나 오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다간 정부의 억제목표선은 말할 것도 없고 82년 부터 어렵사리 지켜온 한자리수 물가 저지선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지금의 물가문제는 갖가지 단기적ㆍ구조적 요인의 복합적 작용에 기인한다는 점에서,그리고 경기ㆍ수출ㆍ국제수지 등 경제 각 분야의 현실이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을 무제한 추진할 수 없도록 만드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층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더구나 지난 3년간의 임금 급상승,오를 대로 오른 부동산 가격,작년말이래의 방만했던 통화관리등이 그 시차효과에 따라 앞으로 상당기간 물가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인데다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원화의 지속적인 절하 역시 물가안정에 역기능을 나타낼 것이 틀림없다.
물가불안요인의 복합성과 물가정책의 입지를 좁히는 현실적 제약을 십분 이해한다손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정부의 면책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빠른 물가상승을 주도한 일부 농축산물과 건축자재등의 가격은 보다 민첩한 정부의 수급대책이 실천됐더라면 그 상승폭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건축자재의 경우는 사후적인 대책의 실기는 물론이고 연초부터 각종 대형건설사업계획을 정부가 앞장서 추진함으로써 수요의 폭주를 유발하기도 했다.
이밖에 보다 신중했어야 할 통화운용,좀더 앞당겼어야 옳았을 부동산대책등도 정부가 반성해야 할 주요 항목들이다.
금년도 물가상승을 한자리수로 묶어 놓으려면 앞으로 남은 기간중 월평균 상승률을 0.4%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제반 현실여건을 감안할 때 이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온 국민은 기필코 이 일을 해내야 한다.
정부는 우선 금년도의 물가동향에 영향을 주는 구조적 요인과 품목별 수급상태,그리고 원가상승과 수요견인등 물가체계를 유형별ㆍ요인별로 구분하여 빈틈없는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미리 예정된 전철요금인상의 불가피성을 이해하고는 있지만 차제에 그것까지 재검토함으로써 물가안정 결의의 비장함을 보여준다면 직접적인 물가안정효과에 더하여 심리적 효과를 덤으로 거둘 수 있을 것이다.
6ㆍ29이후 처음으로 힘겹게 실현한 한자리수의 임금상승을 정착시켜 나가야 하고 수입억제ㆍ수출증대로 국제수지를 개선해야 하며 과도한 긴축이 되살아나려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등 물가안정의 경제적ㆍ사회적 당위성은 새삼스럽게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물가불안이전부터 절실하게 요청돼온 국민 모두의 근검절약은 이제야말로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절대적인 과제로 등장했다. 정부와 국민이 손잡지 않고는 물가를 잠재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도 정상소비를 줄여야 할 판국에 과소비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말 것을 거듭 제언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