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 수위 최고조 … 미국 '무력 카드' 꺼낼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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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이 '레드 라인(Red Line.금지선)'을 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핵실험만큼은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한반도의 긴장은 최고조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대북 압박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추가 경제제재 등으로 북한을 더욱 옥조일 가능성이 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활동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1994년 빌 클린턴 대통령 정부 시절처럼 '무력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또 7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추진했으나 중국과 한국의 반대로 무산됐던 유엔헌장 7장을 발동하기 위한 유엔 결의안이 재추진될 게 확실시된다. 유엔헌장 7장은 무력을 동원한 제재 조치까지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로버트 조지프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담당 차관은 지난달 28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유엔헌장 7장을 발동하기 위한 결의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때 한국 측이 제시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은 구체화하기도 전에 사장될 수 있다. 북한의 거부로 1년 가까이 열리지도 않고 있는 6자회담도 재기 불능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더욱 난처한 상황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차 남북 정상회담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금강산과 개성공단 등 대북 경협도 위기를 맞는다.

북한의 핵실험 선언이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대표는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조치가 강화되면 환율.주가가 요동치는 등 당분간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변화가 생기지는 않기 때문에 금융시장은 곧 안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최대 경제 원조국인 중국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대북 영향력의 한계를 국제사회에 노출시킨 중국은 경제지원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이렇듯 국제사회의 압박이 더욱 거세져도 지하 핵실험까지 규제하는 유일한 국제협정인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이 발효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벼랑끝 전술을 밀어붙일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부시 행정부가 끝나는 2009년 초까지 대화는 실종된 채 대치 국면만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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