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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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서 불행하다고 느끼나요? 이번 달 주제는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입니다. 가난해도 우아하게 살 수 있는 방법들이 있으니 주목하세요.

Q. 주변 친구들 보니까 넓고 멋진 오피스텔에서 정말 없는 것 없이 살고 있더라고요. 저는 좁은 자취방에서 사는데 말이에요. 창피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해요.

A. 대학 시절 어느 친구의 자취방에 놀러 간 적이 있어요. 친구는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집의 비좁은 공간에서 지내고 있더군요. 그런데 그 공간은 정말이지 운치가 있어요. 비싼 전자제품이나 화려한 가구는 전혀 없었지만, 창가 곁을 둔 작은 화분들과 라디오, 밥상에 천을 깔아 쓰고 있는 작은 책상, 몇 점의 수집품 등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보는듯했죠. 그 친구가 다시 보였고, 정말 부러웠어요. 하지만 그것은 공간의 크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답니다. 오히려 돈이 많아서 넓은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은 편안한 생활을 위해 잡다한 물건들을 잔뜩 들여놓아서 공간을 오히려 조악하게 만들곤 해요. 좁은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더 우아한 삶을 영위할 수 있어요.

Q.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인지 제게 지름신이 내린 것 같아요. 쇼핑에 열을 올리고 있어요. 벌써 월급의 반 정도는 쇼핑으로 써버렸어요.

A. 쇼핑의 환희는 일상의 우울증에 대처하는 특효약으로 여겨지지요. 그러나 쇼핑을 하고 난 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진정 행복하던가요? 아이팟이나 디지털 카메라, 명품 가방을 갖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에요. 그러나 막상 갖게 되어도 기분은 더 나아지지 않아요. 쇼핑을 즐기세요. 다만 구입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는 '이것이 내게 정말 필요한 물건인가'를 생각하세요. 계산대 앞에서 지갑을 연 순간이라 해도 말이에요. 아니라면 바로 물건을 두고 나오세요. 행복한 인간은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어요. 이것을 가지면 행복하질 거라는 목소리들에게 속지 마세요.

Q. 전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요. 사람들이 아직까지 해외에 한 번도 못 나가봤냐고 놀랍게 생각하더라고요. 전 솔직히 돈도 없지만, 그렇게 큰 돈을 들이면서까지 여행을 꼭 가야 하나 싶어요. 그래도 투자해서 해외여행을 다녀와야 하는 걸까요?

A. 너 나 할 것 없이 휴가 때, 방학 때 해외여행을 떠나고, 서점은 해외여행 서적들로 넘쳐나고 있어요. 다녀와서는 모두가 그러죠. "너무 좋았어!" 정말 그렇게 좋았을까요? 1년 내내 절약하다가 휴가로 큰 돈을 날린 것에 비례하여 기분이 그만큼 좋아지지 않았다고 화내는 것도 비이성적이기는 합니다만. 오늘날 관광여행이라 불리는 것은, 사실 권태에 찌들고 사치에 물든 영국 귀족들의 속물적인 세계여행을 산업계가 대중산업으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게다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제 관광여행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비웃음 거리라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한 달 이상, 5 ̄6개월 이상 한 곳에 머물며 그곳의 문화의 일부가 되는 여행이 아니라, 문화를 허둥지둥 구경하고 돌아오는 해외여행은 이제 촌스러운 일입니다. 대중산업에 휩쓸리지 않는 당신이 오히려 미래의 선구자일 수 있으니 오히려 당당해지세요. 값비싼 해외여행보다 더 가치있고 즐거운 일이 정말 없을까요?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Q. 친구들 만나서 같이 밥 먹고, 술 마시고, 커피 마시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요.

A. 도시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외식을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심지어 경제력이 별로 없는 사람들도 '식사하러 가자''술 마시러 가자'고 당연하게 말하곤 하죠.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더 우아한 가능성이 많이 있는데 말이에요. 런던이나 파리나 빈 같은 도시에서는 집이 크든 작든 상관없이 집으로 초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그리고 비록 스파게티뿐일지라도 친구들 몇 명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데, 이 편이 더 저렴하고 우아할 뿐 아니라 마음도 한결 편합니다. 전혀 허기를 느끼지 않거나 조금 입맛이 당길 뿐인데도 친구를 만날 때마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레스토랑이나 술집으로 달려가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파산 선고를 당하기 십상이랍니다. 외식을 멀리하고 조촐한 건강식을 준비해 손님 초대를 하는 쪽으로 스타일을 바꿔보기 바랍니다.

Q. 라이프스타일을 좀 업그레이드하고 싶은데 돈 안 쓰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뭔가 변화가 필요해요. 요즘 컨디션이 너무 안 좋거든요. 저도 웰빙 하고 싶어요!

A.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고 싶은 사람은 운동량을 늘림으로써 무엇보다도 효과적으로 우아하게 뜻을 이룰 수 있어요. 운동의 결핍은 빈곤의 한 형식일 뿐 아니라, 한 술 더 떠서 아둔함과 침울함을 유발하죠. 다행히도 이런 종류의 빈곤은 동전 한 닢 들이지 않고서 벗어날 수 있어요. 기장 우아한 스포츠는 자연 속에서 빠르게 걷는 것이에요. 각종 스포츠 웨어, 장비, 강좌 따위는 필요 없어요.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신선한 공기와 운동입니다. 평소에도 몸을 움직일 때마다 한 번 더 자제력을 발휘해보세요. 엘리베이터 대신 층계를 이용하고, 버스나 택시나 승용차를 타는 대신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녀보세요. 운동에서 얻는 삶의 기쁨은 돈으로 살 수 없어요. [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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