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의 무성의(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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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어쩔수 없는 우발사고라며 옮겨타게 한 비행기가 또 고장이 났습니다. 하루에 잇따라 두번이나 사고를 일으키는 항공사 비행기를 누가 믿고 타겠습니까.』
27일 오전과 오후(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와 호놀룰루에서 연이어 대한항공 사고여객기를 탔던 이창해씨(48ㆍ사업)는 28일 오후 김포공항에 도착,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며 이렇게 항변했다. 『그뿐 아니예요. LA와 호놀룰루 어느 공항에서도 사고이후 대한항공의 책임있는 사람으로부터 사과 한번 제대로 듣질 못했습니다』
미국 TV들이 「구경거리」나 생긴듯 뉴스시간마다 태극날개 선명한 사고기를 화면에 비취대는 것이 부끄러워 항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았다는 이씨.
『미국사람들 놀림감이기가 싫어 꾹 참았지만 세계10대 항공사라는 대한항공이 사고이후 취한 태도는 세계최하위 수준이었습니다』
이날 오후 NWAㆍUAㆍ대한항공편등으로 나뉘어 도착한 승객들은 한결같이 대한항공측의 사고후 불친절과 무성의를 성토하고 나섰다.
『첫 사고후 LA공항에서 7시간 넘게 기다리는 동안 항공사는 「기다리라」는 말로 일관했고,허기와 공포에 지친 승객들의 식사걱정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승객들은 연쇄사고가 과학적으로는 「인재」가 아닌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하더라도 사고후 대한항공의 무성의로 미루어 필연적인 「인재」로 믿을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항공수익 세계 6위를 기록했던 대한항공.
그러나 언제쯤 우리국민 모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안심하고,그리고 한국국민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태극마크 대한항공기에 오를 수 있을지 아득 하다는 생각만 들었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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