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태스틱, 코리아" 샌프란시스코서 앙드레 김 패션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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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태스틱(Fantastic)!"

신비로운 자태의 여성이 춤을 추며 색상이 각각 다른 일곱 겹 드레스를 하나씩 벗는 순간 청중 사이에서 탄성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곧이어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이 사뿐사뿐 걸어나오자 온 세상이 '순백의 미학(美學)'에 휩싸인 듯했다. 그렇게 샌프란시스코의 토요일 밤은 열정에 젖어들었다.

지난 18일 오후 7시(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시 전쟁기념공연예술센터의 허브스트 극장. 한인 미국 이주 1백주년을 기념해 열린 '2003 앙드레 김 패션쇼 판타지아'를 보기 위해 찾아온 1천3백여명의 샌프란시스코 시민과 동포들은 행사 내내 얼굴에 미소가 넘쳐났다. 미국인 케빈 쇼(변호사)는 새로운 의상이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박수와 함께 "대단하다(Great)"며 한국의 미(美)를 극찬했다.

앙드레 김은 패션쇼에서 전통적 동양미와 서구적 세련미를 결합한 특유의 의상 1백61벌을 선보였다. 서울에서부터 동행한 전속모델과 현지 모델, 그리고 김재원.공유.김남진.김성택.장서희.명세빈 등 인기 탤런트 6명을 포함해 모두 20여명의 모델이 출연했다. 또 1백50여명의 현지 교민 자원봉사자가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힘썼다.

샌프란시스코시 '앙드레 김의 날' 선포=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 중 하나로 손꼽히는 샌프란시스코시는 지난 18일을 '앙드레 김의 날'로 선포, 한.미 문화교류 1백년의 역사를 축하했다. 윌리 브라운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1999년 11월 6일 앙드레 김이 샌프란시스코시에서 첫 번째 패션쇼를 개최했을 때도 '앙드레 김의 날'을 선포한 바 있다.

앙드레 김은 이번 행사에서 '잊을 수 없는 샌프란시스코(Unforgettable San Francisco)'라는 주제로 다채로운 색상이 역동적으로 표현된 도회적 타운웨어를 선보였다. 한국적 전통미를 첨단의 미래적 느낌으로 변용시킨 이브닝 재킷과 드레스 등도 눈길을 끌었다.

"고국이 자랑스럽다"=교민들은 쇼를 본 뒤 만족감을 표시했다. 디에블로 밸리 칼리지(DVC) 의상학과에 재학 중인 김희영(24)씨는 "한국의 미가 너무 예쁘게 표현됐다.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딸(34)과 함께 인근의 몬터레이에서 2시간 동안 차를 몰고 달려온 박승희(57)씨는 "타향살이의 시름을 말끔하게 씻어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행사가 많이 열려 향수를 달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직접 무대에 섰던 현지 모델 멜리사(18)는 앙드레 김의 의상에 대해 "우아하고(elegant), 예술적이고(artistic), 경이롭다(awesome)"며 "특히 의상에 부착된 보석과 액세서리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앙드레 김은 "이번 행사를 통해 교민들이 조국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새로운 1백년을 희망차게 열어갔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샌프란시스코=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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