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구기 개성화 시대로|「문어발」육성 없애고 학교별·색깔 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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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 아마스포츠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대학스포츠가 구기 전 종목에 걸쳐 절대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로 돌입, 전례 없는 흥미로운 변화를 보이고 있다.
28일 우승팀을 가려내게 되는 봄철대학축구연맹전에서 전통적 강호인 연·고대를 비롯, 한앙대 등이 모두 중도탈락한 가운데 경희대와 동아대가 결승고지에 올랐고 지난4월 봄철대학야구연맹전에서도 전혀 예상치 않았던 단국대가 결승에 오른 후 지난해 우승팀 한양대를 누르고 우승, 일대 돌풍을 일으켰다.
현재 진행중인 종별배구선수권대회에서는 최강으로 평가되던 한양대를 제치고 경기대가 우승을 거의 확정지었으며 이달 초순의 춘계 연맹전에서는 성균관대가 정상에 오르는 등 호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농구에서도 지난주 끝난 종별선수권대회에서는 연세대, 봄철 연맹전에서는 중앙대가 각각 패권을 잡는 등 고려대·경희대와 함께 4강 체제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핸드볼에서도 성균관대·경희대·한체대·원광대 등이 우승을 나눠 가져가고 있다.
7O년대까지만 해도 대학스포츠는 사학의 명문 연·고대가 주도하는 가운데 한양대·경희대·동아대 등이 각종 구기종목에서 패권고지에 참여했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명문선호도가 약해지면서 이 같은 양상이 바뀌기 시작했고 특히 등록금 동결 등을 요구하는 학내사태와 대학의 체육부예산이 깎이면서 각 대학이 우수선수의 스카우트에 다소 소극성을 보이자 이와 같은 평준화현상이 더욱 빠르게 진전된 것으로 풀이된다.
10개의 운동부를 운영하고 있는 한양대의 경우 올해 총예산이 지난해 3억8천만원에서 3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각 대학체육부의 재정사정이 매년 모두 엇비슷하게 어려워져가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은 한두 종목에 집중적으로 스카우트비를 투입하고있는 실정으로 중앙대가 농구에 전력을 쏟고 한양대는 배구·야구, 고대는 축구 등에 치중, 종목별 균점이라는 상황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프로야구와 축구 등이 비약적으로 붐을 이루면서 고교 스타플레이어들이 곧바로 프로로 진출하는 경향과도 관련되며 이것은 대학스포츠 수준의 하향적 평준화라는 우려를 빚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구기종목의 평준화는 일반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육상·수영·체조 등 주요 기본종목에 대한대학의 외면과 냉대는 더욱 가속화, 한국스포츠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있다.
이 같은 문제는 행정당국의 정책적 배려가 아니면 해결하기 어려우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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