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들 악수공세 입장지연/노대통령 일본여정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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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총련도 형제” 박수 쏟아져/일어로 “수고하십시다”에 일 기자 “와”
○용비어천가 인용해 답사
▷일 총리 주최만찬◁
○…25일 저녁 7시30분 일본총리 관저에서 열린 가이후 도시키(해부준수) 총리 내외 주최 만찬에 참석하기 앞서 노대통령은 사진기자들에게 손을 번쩍 쳐들며 일본말로 『수고하십시다』(고쿠로사마데스)라고 인사,일본 기자들은 『와』하고 탄성.
이날 만찬에는 일본측에서 현직각료 대부분,다케시타(죽하)·나카소네(중증근) 전총리등 75명과 우리측에서 공식수행원 전원,한일 친선단체 회장단 25명등 1백여명이 참석.
가이후총리는 만찬사에서 1차 정상회담에 이어 또다시 분명한 사죄의사를 표명한 뒤 논어의 「언필신 행필과」라는 대목을 인용하면서 양국의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을 다짐.
가이후총리는 『일본 국민들은 예로부터 한국의 문화에 깊은 존경의 마음을 간직해 왔다』고 말하고 『일본에 전해오는 갖가지 예술작품에 백제나 신라 혹은 고려라는 명칭을 붙인 것이 적지 않은 것만 봐도 이 사실은 분명하다』면서 문화교류를 통한 양국 국민의 상호이해와 존경이 증진되기를 기원하고 한일 우호를 기원하는 축배를 제의.
노대통령은 답사에서 『우리 한일 두 나라는 과거에도,현재에도,그리고 영원한 미래에도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살도록 신이 섭리했다』고 말하고 『이 자리가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여는 시발이 되기 바란다』고 강조.
노대통령은 용비어천가중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라는 첫 대목을 소개하면서 『두 나라의 깊은 관계가 풍성한 열매를 가져오게 해야하고 우정의 맑은 물이 끊임없이 샘솟게 해야 한다』고 축배.
○노대통령도 눈시울 붉혀
▷교민리셉션◁
○…노태우대통령은 25일 오후 뉴오타니 호텔에서 열린 교민리셉션에서 1천2백여 교민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고 감격.
오후 5시 노대통령과 부인 김옥숙여사가 서울올림픽 노래인 『손에 손잡고』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리셉션장에 입장하자 교민들은 저마다 대통령 내외의 손을 잡아보기 위해 몰려들어 대혼잡. 또 손이 미치지 않는 거리에 서있는 교민들은 손을 높이 들어 노대통령을 환영하는 박수를 치며 환호.
10분만에 가까스로 헤드테이블에 도착한 노대통령은 감격어린 목소리로 『여러분들의 손을 일일이 잡지 못해 한스럽다』며 『자랑스런 여러분들의 모습을 보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고 인사했고 교민들은 뜨거운 박수로 응답.
노대통령은 이어 헤드테이블 주변에 모여선 교민대표들과 일본에서의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자녀교육문제를 질문받은 한 부인은 답변도중 쏟아지는 눈물때문에 말을 채 잇지 못하는 모습.
노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10년안에 민족통합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가져달라』며 『동포 여러분도 이제 조총련을 더이상 적대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말고 한 형제로 받아들이고 도와주라』고 당부.
노대통령은 또 『연로한 1세 가운데 한국에 연고자가 없고 형편이 어려운 분 3백명 정도를 금년 추석에 모국에 초대하겠다』고 약속하고 재일한국인 자녀교육을 위한 교육재단과 양로원시설 지원을 약속해 뜨거운 박수.
노대통령의 연설도중 리셉션장 곳곳에서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교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노대통령 내외는 연설을 끝낸 뒤에도 악수를 하려는 교민들에 둘러싸여 한일 양국의 경호원들이 진땀을 흘렸는데 악수를 하지 못한 몇몇 노인들이 소리높여 『만세』를 외치자 노대통령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외국 국빈으로는 두번째
▷어용지산책◁
○…노대통령 내외와 아키히토 일왕 내외는 25일 오후 아카사카(적판) 영빈관뒤에 위치한 아카사카 정원내 어용지주변을 20분간 산책.
이날 산책은 당초 일정에 없던 것으로 24일 동경도착후 추가됐는데 어용지 주변 3백50m의 산책로를 따라 담소를 나누며 우의를 다져 한일 관계의 밝은 미래를 과시.
아카사카 정원은 일왕실의 소유로 매년 봄·가울 두차례 걸쳐 일본의 저명한 문화계 인사를 초청해 원유회를 개최할 때를 제외하고는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는데 이날 노대통령의 산책은 이달 중순 아랍에미리트 국왕이 방문한 이래 외국 국빈으로서는 두번째라는 일 궁내청측의 설명.
○일경제인 3백여명 성황
▷경제단체 오찬◁
○…25일 낮 뉴오타니호텔에서 열린 일본경제 6단체의 노대통령 초청 오찬에는 일본의 저명한 경제인 3백여명이 참석.
사이토(재등) 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은 6개 단체를 대표한 인사말을 통해 『세계경제의 안정과 발전을 기하기 위해서는 한일 양국이 대등한 파트너로서 연대관계를 긴밀히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
노대통령은 이에 『일본은 동서양문화를 융합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오늘날 「동도동기」의 시대를 열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은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으로 진정한 번영의 동반자가 돼야 할 것』이라고 역설.
노대통령은 『일본은 이제 세계경제에 대해 부국의 책무를 다하는 나라가 됐다』고 강조하고 『자유무역이 지속적으로 발전되도록 앞장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
○방일 성과 거듭해서 강조
▷기자회견◁
○…노태우대통령은 25일 오후 3시30분부터 40여분간 숙소인 영빈관에서 주일 한국특파원단과 간담을 갖고 아키히토(명인)일왕의 사과발언·대일협력·국내문제 등에 관해 의견을 개진.
노대통령은 특파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후 『물가도 비싸고 업무량도 많은 일본에서 고생이 많다』며 자녀교육문제등에 관해 관심을 표명.
노대통령은 『오기전부터 방일문제에 대해 언론의 시시비비도 있었고 감정의 불꽃도 튀어 연기할까도 생각했으나 두차례나 연기됐기 때문에 오게 됐다』고 말하고 『일본과 우리나라는 현실적 이해관계도 많고 해결해야할 현안도 많아 산적한 국내문제를 잠시 뒤로 미루었다』고 설명.
노대통령은 특히 미국의 경우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이 오기전에 만나 이야기하자는 부시 미 대통령의 전달도 있었으나 취소했다』고 방일에 거는 기대를 거듭 강조.
○2차 정상회담 1시간반
○…노태우대통령과 가이후 일본총리의 26일 오전 2차 정상회담은 1차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개별회담과 확대정상회담의 순서로 1시간30분동안 진행.
오전 9시 회담장인 영빈관 2층 사이란노마홀(채란간)에 들어선 가이후총리는 양측 배석자들과 인사를 나눈뒤 곧 이어 입장한 노대통령과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교환. 회색 싱글차림의 노대통령과 연회색 싱글차림의 가이후 총리는 전날밤 총리주최 만찬이 늦게까지 계속됐음에도 불구하고 피곤한 기색없이 환한 얼굴로 기념촬영을 위해 잠시 포즈.
노대통령과 가이후 총리는 이어 30여분 동안 개별회담을 가진후 장소를 소회의실로 옮겨 외무·법무·상공·과기처장관 등 관계장관들을 배석시킨 가운데 50여분간 확대회담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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