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일 의회 연설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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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5년전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한국 국민의 기쁨은 하루 아침에 국토분단의 슬픔으로 변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결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한 세대에 걸친 피땀어린 노력으로 한국은 이제 신흥산업국가로 발돋움 했습니다. 우리 국민은 서울올림픽을 12년만에 동서 세계가 함께 모인 훌륭한 평화의 축제로 치렀습니다.
우리 국민이 이룬 또 하나의 보람은 민주주의 시대를 연 것입니다.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이 오게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지상과업일 뿐만 아니라 세계와 이 지역에 우리가 기여할 으뜸가는 과제일 것입니다.
평화는 한국민의 절실한 소망입니다. 우리는 평화를 이룸으로써 이 세기가 우리에게 준 시련에 답하려 합니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이 세기안에 반드시 이루려 합니다. 냉전체제의 타율에 의한 민족의 분단상황은 다음 세기로 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부터 한일 양국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본격적으로 펼쳐가야 할 것입니다. 나는 1988년 유엔 총회에서 「동북아 평화협의회의」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 협의체의 실현에는 북한의 태도변화등 정치적 여건의 성숙에 시일이 필요할 것입니다.
일본과 한국의 21세기도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과 직결되어 있을 것입니다. 한일 두 나라는 동반자로서 태평양시대를 앞장서 열어가야 할 것입니다.
한일간에는 만성적인 무역불균형의 문제가 있습니다.
일본이 경쟁을 꺼려하여 기술이전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발전이 일본의 국가이익에 합치한다는 인식하에서 일본의 기술이전과 기초과학 협력을 촉진하여주기 바랍니다.
모든 것이 변화하고 많은 것이 발전하였음에도 우리 두 나라 국민간에 진정한 우정을 가로막는 마음의 벽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 두 나라 국민간에는 잘못된 과거에 대한 인식과 감정이 정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우리는 나라를 지키지 못한 스스로를 자성할 뿐 지난 일을 되새겨 그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려 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에게 말씀드리는 것은 진실에 바탕한 두 나라 국민의 참된 이해이며 그것을 바탕으로 밝은 미래를 열자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용기와 노력이 필요할 뿐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내가 특히 이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말씀드리는 것은 지난날의 역사로 인해 일본에 살게된 70만 재일한국인의 문제입니다. 이들은 일본 국민과 함께 전쟁의 고통을 겪었으며,전후 일본의 재건과 발전에 참여하였습니다. 이들이 사이좋게 이웃으로 이곳에서 불편없이 살게 될때 우리 두 나라 국민은 한일 우호를 가슴으로 느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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