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불임의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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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장윤석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과장)
결혼한지 5년이 됐다는 가정주부 김모씨(30)가 진찰실을 찾았다.
결혼 전에 인공 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적이 있으며 결혼 후 지금까지 임신이 되지 않아 몇 군데 병원을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이들 병원에서 난관 X선 촬영을 했더니 양쪽난관이 막혔으니 수술해 뚫어 놓아야 임신이 된다는 진단이 나와 1년전 난관 성형수술을 받았으나 여전히 임신이 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김씨를 불임클리닉에 등록시키고 일반혈액검사, 혈청검사, 가슴X선 촬영, 각종 호르몬검사, 기초체온측정, 자궁내막 검사, 남편의 정액검사, 자궁난관조영술등 각종 검사를 순서대로 시행했다. 검사결과 한쪽 난관이 막혀 있고 남편의 정충수도 부족하며 난소의 황체기능이 원활하지 못했다. 즉 임신이 되지 않은 것은 정충수 부족, 난관폐쇄, 황체기능 결핍 등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었다.
불임의 원인이 어느 한가지만일 수도 있으나 김씨와 같이 몇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수가 많으므로 불임검사를 받을 때 검사중 한가지 원인이 밝혀졌다고 조급하게 그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를 받으면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검사과정을 끝까지 마침으로써 불임의 원인이 한가지인지, 또는 두가지이상인지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한가지 원인에만 매달리면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
즉 이런저런 치료를 다해보다 임신도 못하고 나이가 많아져 불임을 치료하는 기회를 놓치고 말 것이다. 임신 성공률을 좌우하는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부인의 연령이기 때문이다.
특히 30대에 있어서는 나이 몇년 차이가 임신여부를 결정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김씨의 경우 우선 남편을 비뇨기과에 보내 더 세밀한 검사를 받게 해 정충수에 확실히 이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호르몬치료를 통해 정자 수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또 김씨 자신의 황체기능 결핍은 호르몬 치료로 황체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으로 치료해야한다.
그래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진단적 복강경술을 시행해 양쪽 난관이 뚫려 있는지를 다시 확인해야하며 설사 난관이 뚫려 있더라도 난관이나 난소 주위의 이상을 살펴야 한다. 이와 함께 자궁내막증이 있는지를 검사해 다른 치료방법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불임증은 한살이라도 젊어서 모든 검사를 끝까지 마치고 나타나는 이상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치료방침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장윤석 (서울대병원 산부인과과장)
◇필자약력 ▲서울출생(1931년) ▲서울대의대졸업(55년·의박 64년) ▲미존스 홉킨스대 불임술 연구(72∼73년) ▲국민훈장 목련장 수상(86년) ▲대한불임학회 회장(86∼88) ▲서 울대의대 교수(62년∼현재) ▲현 서울대병원 산부인과장 겸 아시아-대양주 산부인과연맹 생식의학분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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