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집값 잡는 확실한 방법은 공급확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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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수도권 및 서울의 주택건설 감소 추세가 심각하다. 수도권 아파트 건설이 올해 8월 말까지 지난해 대비 23.6%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정부 출범 이전 건설되던 일반적인 물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대로 가다간 외환위기 직후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1990년 이후 외환위기 직후를 제외하곤 2001년까지 매년 서울시 11만 가구, 수도권 25만 가구 안팎의 주택이 건설됐다. 2002년에는 서울에서 16만 가구가 건설됐다. 현재 잠시 주춤한 서울의 집값은 참여정부가 쏟아낸 부동산 대책보다는 당시 증가했던 주택건설 물량 덕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 정부의 각종 규제가 본격화된 뒤 서울에서는 2004년 5만8000가구, 2005년 5만1000가구로 주택 건설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올해는 8월 말까지 2만4000가구가 건설되면서 연말까지 4만 가구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98년, 99년 외환위기 직후 감소했던 주택건설량이 결국 2~3년 뒤인 2001년 이후 집값 상승을 초래한 주원인이었다. 현재의 주택건설 감소가 몇 년 뒤 또다시 주택 가격 상승이란 악순환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거기 더해 그제 발표된 분양원가 공개 방침은 앞으로 민간 주택건설을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은 "개인기업이 그런(분양원가 공개) 제도하에서 집을 못 짓겠다고 할 것에 대비해 주택공사 등 공공부문이 대대적인 주택 공급을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저소득층을 위한 최소한의 공공주택 이외의 전체 주택건설을 공공이 담당하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일 뿐 아니라 가능하지도 않다.

지난해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89.7%에 불과하다. 그만큼 집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어떤 방법으로든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주택가격을 장기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이것은 주택건설 물량의 증감이 곧 바로 주택가격의 오르내림으로 이어졌던 과거 경향이 분명히 보여준다. 70, 80년대 온갖 규제를 통해서도 잡기 어려웠던 집값이 한꺼번에 200만 가구를 공급한 5대 신도시 건설 이후 확실하게 떨어졌던 사실도 이를 증명해 준다.

이 정부는 집값 상승이 투기 때문이라고 판단해 보유세를 높이고,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는 등 수요 억제에만 주력했다. 또 유일한 공급 확대책인 판교 신도시는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계획해 수요와 어긋나도록 해 공급 효과를 반감시켰다. 과거에 썼던 온갖 규제책을 재동원하면서도 공급이 가장 중요한 집값 안정 수단이었다는 과거의 교훈은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규제보다는 공급 확대가 가장 확실한 집값 잡기다. 수요가 몰려 있는 서울과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발상의 전환을 통한 과감한 재건축 규제 완화와 제2기, 3기 신도시 개발 등을 서둘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