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도전 박근혜 전 대표, 집권한 메르켈 독 총리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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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방문 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8일 독일 베를린의 총리 집무실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을 방문 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8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났다. 2000년 10월 당시 한나라당 부총재와 기민당 당수로 처음 만난 지 6년 만이다. 두 사람은 총리 집무실에서 통역만 배석한 채 30여 분간 대화했다. 상견례를 한 뒤 메르켈은 "아프간 파병 연장 투표를 해야 한다"며 10분 정도 국회의 투표장에 다녀오기도 했다. 둘은 총리.당 대표 당선 때 축하 메시지를 주고받은 터라 분위기가 훈훈했다고 한다.

차기 대선 예비주자인 박 전 대표는 여성 총리 메르켈과의 면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한 여성은 집권 도전자고 다른 여성은 집권자다. 면담을 앞두고 박 전 대표는 "메르켈의 실리적 외교정책이나 경제정책이 내가 당 대표시절의 노선과 같다"고 강조했다. 면담 후엔 "서로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재차 밝혔다.

"시베리아 철도로 한국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도 나눴다고 한다. 메르켈이 '작은 정부'와 연금 수술 등 '우파식 개혁'을 내걸고 정권 교체를 이룬 점을 박 전 대표는 주목한다. 여성으로서 야당 지도자를 지낸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비견된다.

◆ 둘 다 이공계 출신=전자공학과(서강대)를 나온 박 전 대표와 물리학을 전공한 메르켈은 이공계 출신 정치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전공 선택 이유는 "국가에 헌신"(박 전 대표)과 "동독의 이데올로기서 탈피"(메르켈)이다.

1974년 모친인 육영수 여사의 사망으로 프랑스 유학 중 귀국해 학업의 꿈을 접은 박 전 대표와 달리 메르켈은 전공을 살려 아카데미 연구원으로 10여 년간 일했다.

◆ 관심 끄는 외모와 사생활=독일의 유력 일간지인 베를리너 차이퉁은 27일자 1면에 모델들과 함께 있는 메르켈 사진을 큼지막하게 실었다. 사진 제목은 '모델 쇼에 참가한 메르켈'. 박 전 대표가 그렇듯 메르켈의 외모와 패션은 독일 국민에게 관심의 대상이다. 메르켈의 패션감각은 별로인 것 같다.

23세에 첫 결혼을 했다 5년 만에 이혼한 메르켈은 98년 재혼했지만 그의 사생활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개인생활이 거의 노출되지 않는 박 전 대표와 흡사하다.

◆ 위기의 당 구원투수로 등장=메르켈은 동독 출신으로 89년 정치에 입문했다.한 헬무트 콜 전 총리의 발탁으로 91년 여성청소년부 장관이 된 이후 승승장구했다. 2000년 기민당이 불법 자금으로 위기를 맞았을 때 '정치적 아버지'인 콜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기민당 구하기'에 나섰다. 그해 첫 여성 당수가 된 메르켈은 지난해 최초 여성 총리가 됐다. 97년 정계에 발을 들인 박 전 대표는 2004년 대통령 탄핵으로 한나라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 구원투수로 나서며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섰다.

베를린=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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