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기금(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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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분단국가의 통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 겉보기엔 만사가 순풍에 돛단듯이 잘 미끄러져 가는 것 같은 독일까지도 골치아픈 문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하나에서 열까지 돈,돈이다.
외신은 서독정부가 통독자금으로 필요한 9백50억마르크를 해외공채로 발행할 계획이라는 보도를 하고 있다. 물론 이 돈은 통일기금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서독의 프리드리히 에벨트 재단은 통독에 드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 본 일이 있었다. 오는 7월2일부터 실시되는 양독의 통화동맹을 전제로한 계산이다. 성급한대로 합계를 보면 2조7천억마르크. 달러로 환산하면 1조7천억달러 상당,서독의 GNP에 버금한다.
내역을 보자. 통일에 따른 도로,철도,전화 정비에 필요한 돈이 1천3백50억마르크,발전설비와 환경정비에 1천3백50억,공공기관과 재판소 개편에 1천5백억,주택정비에 2천억,긴급한 도시시설비에 8천5백억,의료비 1천억,경제구조를 밑뿌리에서부터 재정비하는데 필요한 민간투자분이 7천억마르크,동독의 대외빚(순채무) 3백억,동독정부와 기업의 국내채무 3천9백억마르크는 통일이후 서독이 대신 떠맡아야 한다.
이들 채무의 연간 코스트가 3백억,동독의 재정적자 4백억마르크도 서독의 짐이다.
동독 기업의 과세나 각종 조성금도 우선은 탕감해 주어야한다. 그에따른 정부의 수입감소가 1천6백억,세제개편에 의한 동독기업의 적자예상분도 서독이 메워 주어야한다. 그 돈이 첫해에 1천억마르크.
서독마르크와 동독마르크의 비율 1대2에 따른 동독인들의 실질소득 감소를 보상해 주기 위한 연금증액분이 1백억,긴급의료비 1백억,통일에 따른 실업률증가 20%에 대한 직업훈련비가 2백50억마르크.
다행히 서독은 그동안 세입잉여금이 누적되어 있어 94년까지 5천5백억마르크 정도의 예산절감이 가능하다.
또 통독비용의 상당 부분은 3,4년뒤부터 지불해도 된다. 독일이 통일자금때문에 파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부자나라라는 얘기다.
이런 일들은 남의 나라 일일 수만은 없다. 우리도 통일의 날이 오면 똑같은 문제들에 부닥칠 것이다. 그날을 위해 지금 부지런히 돈을 축적해야 할텐데 아득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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