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 기술ㆍ자원 결합땐 장래낙관”/소 과학아카데미 이바노프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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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소련의 한국 등 아시아신흥공업국가들과의 부진한 경제협력은 양측의 경제운용체계 차이로 인한 결과이지만 소련의 자원과 아시아국가들의 높은 기술 및 지적능력이 결합될 경우 장래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소련 과학아카데미의 이바노프박사(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소장)이 말했다. 다음은 소련 노보스티통신이 보내온 이바노프박사의 소­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기고문 전문이다.<편집자주>
◎「아시아 4마리 용」주요 파트너/한국과 수교하면 경협 더 촉진
【노보스티=본사특약】 페레스트로이카는 지금까지 소원하던 소련의 대동북아시아관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데올로기의 장벽도 소련의 개혁과 한국 등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알려진 신흥공업국가들(NICS)의 기업인ㆍ과학자ㆍ정치인들의 노력으로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18개월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시아­태평양­대화ㆍ평화,그리고 협력관계」란 주제로 국제회의가 열렸을 때만 해도 소련과 대만ㆍ한국과의 협력관계문제는 조심스럽게 거론됐을 뿐이며 회의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말부터 한국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한소관계는 급속히 진전,급기야 양국은 서울과 모스크바에 영사처를 설치하기에 이르렀고 서울∼모스크바간 항공직항로도 개설됐다.
지난해 양국 무역거래도 과거에 비해 2배나 증가,6억달러에 달했으며 소련정부승인 대외무역회사인 라이센스인토르그사는 한국측과 서울지사 설치문제를 논의중이다.
한국은 지금 양국 관계개선의 최고선결과제로 정식외교관계 수립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사실상 외교관계는 경제협력에 장애가 되기보다는 촉진요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완전한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소련­싱가포르의 경우 국교수립이 급속한 양국 경제협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소­싱가포르간 무역은 예상보다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한소경제협력이 활발해지면서부터는 더욱 타격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이 된 중요한 원인은 소련과 NICS간의 경제문화와 무역스타일의 차이 때문이다.
NICS의 경제인들은 국제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전세계 각 분야에 걸쳐 사업관계를 맺고 독자적 접촉을 갖고 있다.
이들의 친분에 바탕한 교류는 일본경제인들의 사업능력보다 훨씬 능률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소련 경제의 전통은 아직도 행정 및 경영의 「지시ㆍ강압」체제속에 뿌리박고 있다. 이같은 잘못된 방식은 행정이 모두를 결정하고 대기업까지도 결정 자율권을 부인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선 경제협력관계수립에 필요한 기반조성 마저 어렵다.
이같은 장애요인은 동구국가등 소련의 전통적 협력상대국들과의 경우 중앙정부기구들이나 정부간 보증,그리고 상호협력 추진을 통해 축적된 오랜 경험에 힘입어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소련이 앞으로 신속하게 시장경제원리를 수용하고 새로운 경제체제를 발전시키더라도 소ㆍNICS간에 비중있는 경제협력구조를 만드는데는 다소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소ㆍNICS간 경제협력구조가 이루어지는데는 다음 몇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한국등 「4마리의 용」들은 소련과 소련시장에 대한 상당한 흥미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의 각 기업들은 최종 결정단계에 이르면 조심성을 앞세운다.
NICS 기업인들은 경제협력에서 선택의 폭이 넓다. 소련은 그같은 많은 선택대상의 하나에 불과하다.
두번째로는 NICS 경제가 거의 모두 수출지향적인 점이다. NICS 기업인들은 소련측 파트너를 수출대상으로 신뢰하지 않고 있다.
소루블화의 태환성여부는 소ㆍNICS간 경제협력 및 무역의 지속적 확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제반요인들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NICS와 소련간의 경협확대 전망은 낙관적이다.
그 이유는 첫째,소련은 풍부한 천연자원과 에너지원을 갖고 있다.
여기에 NICS의 높은 기술수준과 지적능력이 보태지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둘째,소련은 NICS가 만든 저가,고품질의 우수한 상품들을 기꺼이 수입하려 할 것이다.
NICS가 보여주고 있는 높은 경쟁력은 소련으로 하여금 일본과의 경협확대를 「재고」케 하거나,나아가 유럽에 치우쳐 있는 수입선을 NICS쪽으로 돌리게 할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결국 소련도 그 무한한 직재적인 시장성을 바탕으로 지리적으로도 인접한 이들 NICS와 점차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경제발전의 「싹과 기축」이 소련의 태평양연안일대 및 중국남부,동남아까지에 걸쳐 움트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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